印 아다니, 회장 피소에 글로벌 사업 중단 위기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최대 물류·에너지 기업인 아다니 그룹이 세계 곳곳에서 추진 중이던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그룹을 이끄는 가우탐 아다니 회장이 뇌물 공여 및 사기 혐의로 미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데 따른 후폭풍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대형 석유 기업 토털에너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아다니 그룹의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를 알지 못했다가 미국 당국의 공개 발표를 통해 알게 됐다"며 "아다니 그룹에 대한 혐의와 그 결과가 명확해질 때까지 토털에너지는 아다니 그룹 계열사에 대한 새로운 재정적 기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털에너지는 지난해 1월 아다니 그룹 산하 친환경 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아다니 그린에너지 지분 20%가량을 인수했다. 또한 아다니 그린에너지와 합작회사 3개를 설립, 지분 각각 절반씩을 보유 중이다.
번스타인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토탈에너지가 아다니 그룹과 관련해 약 40억~50억 달러(약 5조 6000억~7조원) 규모의 재정적 관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토탈에너지의 향후 아다니 그룹 기업에 대한 투자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투자 중단 발표가 1430억 달러 규모의 인도 대기업에 대한 다른 투자자들의 면밀한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와 케냐도 아다니 그룹 기업과의 계약을 재검토하거나 취소하기로 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 시절 아다니 파워와 7건의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방글라데시 전력부는 그러나 지난 24일 국제 로펌을 고용해 아다니 파워와의 계약 과정에 불법성이 있었는지 확인 중에 있으며, 수집된 증거를 바탕으로 계약을 재협상하거나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냐는 아다니 그룹과 진행 중이던 공항 확장 및 송전선 건설 관련 조달 절차를 취소했다.
아다니 그룹은 케냐에서 송전선 건설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나이로비 조모케냐타 국제공항 현대화와 활주로 및 터미널 추가 건설하고 30년 간 공항 운영권을 갖는 계약을 준비 중이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21일 "교통부와 에너지석유부 산하 기관에 (아다니 그룹과의) 조달을 즉시 취소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호주와 부탄·이스라엘·스리랑카·탄자니아·네팔 등 국가에서도 아다니 그룹이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미국의 한 개발 기관은 뇌물 수수 혐의가 아다니 그룹의 스리랑카 항만 개발 사업에 5억 5000만 달러 이상을 대출하기로 한 계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도 내에서는 아다니 회장 체포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AP 통신에 따르면, 인도 수도 뉴델리 의회 근처에 모인 야당 지지자 수백 명은 "모디 정부가 에너지 재벌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아다니의 즉각적인 체포를 요구했다.
일부는 "모디와 아다니는 하나", "모디의 우정이 국가에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쓰인 구호를 외치다가 경찰에 구금되기도 했다.
가우탐 아다니 아다니 그룹 회장 [사진=블룸버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