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긴급 만남...사도광산 추도식 갈등 봉합 시도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싸고 한·일 간 갈등 조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양국 장관이 긴급 만남을 갖고 사태 수습을 모색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외무상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만나 사도광산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26일 밝혔다.
약식 회담(pull-aside) 형식으로 열린 이날 만남에서 양국 장관들은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불거진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또 양국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져온 양국 협력의 긍정적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지난 14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에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 처음으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외교부] |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3일 일본 관변단체가 주관한 사도광산 추도식이 사도광산 등재 당시 한·일 간 합의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불참을 결정하고 현지에서 별도로 정부가 주최하는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이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며 추도식 파행의 책임을 한국에게 돌리자, 외교부는 26일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추도식 관련 한·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양국 장관의 약식 회담은 이 같은 양국 관계 갈등 재연 조짐을 조기에 봉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날 회담에서 사도광산 추도식 갈등과 관련해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회담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고 회담 종료 이후에도 보도자료 없이 양국 장관이 만났다는 사실만 간략히 공개했다. 또 조 장관이 이와야 외무상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의 성격과 추도사 내용 등에 유감의 뜻을 전했는지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동의하는 과정에서 일본과 부실한 협상을 했다는 국내적 비판이 일고 있어 한·일 간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 개최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태도가 당초 한·일 합의의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불참 사유를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협상 과정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 장관은 27일 오후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날 예정이어서 사도광산 등재 관련 한·일 간 협의 내용과 이와야 외무상과의 회담 결과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