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도광산 문제로 일본에 첫 유감 표명...'대일 저자세' 비판 의식한 듯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정부가 26일 일본의 사도광산 추도식 개최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일본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추도식 파행의 책임을 한국 측에 돌리고 있는 일본의 언행에 대한 반박 성격이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을 접촉하여 추도식 관련 한·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면서 "이 문제가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고, 개별 사안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유감을 표시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 등 현안 관련 질문을 받고 있다. 2024.11.26 [email protected] |
앞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외교부의 유감 표명은 일본이 먼저 한국에 추도식 파행의 책임을 돌린 것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일본에 '저자세'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강 차관은 "정부가 추도식에 불참한 것 자체가 강한 항의이자 유감 표명"이라며 "정부가 일본 측 추도식에 불참하고 자체 추도행사를 개최한 것은 과거사에 대해 타협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강 차관은 또 "일본 측이 우리 측에 제시한 최종 추도식 계획은 사도광산 등재 당시 한·일 간 합의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추도식 파행으로 불거진 한·일 간 이견이 본격적인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강 차관도 "추도식 문제가 한·일 관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개별사안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일측과 긴밀히 소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일본에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주한 일본대사관과 '접촉'했다고 밝힌 것도 눈에 띈다. 일본의 과거사 도발에 대한 정부의 통상적인 대응은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접촉'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한 일본대사관과 접촉한 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여러가지 형식이 있는데 우리의 의견 전달 방식이라 보면 된다"고만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일본과의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한·일 관계 협력은 협력대로 두 개 축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대일 기조는 '역사 문제 해결과 미래를 위한 협력의 투트랙 전략'이 아니라 역사 문제와 정치적 현안을 일괄타결하는 '그랜드 바겐' 방식이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은 지금까지 정부가 유지했던 대일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