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밀어붙여도 미국으로 공장 안 옮겨...비용이 얼만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관세 전쟁의 주된 목표 중 하나인 미국의 제조업 부활이 트럼프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공개된 CNBC 공급망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급망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하면 비용이 최대 두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대신 전 세계에서 관세가 낮은 국가를 찾기 위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약 4분의 3(74%)은 제조업 리쇼어링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을 꼽았고, 그다음은 숙련 노동자 부족(21%)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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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제조업을 가져오는 기업에 세금 감면을 약속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세금은 제조업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미국 내 공급망을 구축할 때 필요한 비용과 관련해 응답자의 18%는 기존보다 최소 두 배의 비용이 들 것이라 예상했고, 47%는 두 배 이상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61%는 미국으로의 귀환보다는 관세가 낮은 국가로 공급망을 이전하는 것이 더 비용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미국 내 공급망 재구축에 관심을 보인 응답자들 중 74%는 이것이 3~5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그중 41%는 최소 3~5년, 33%는 5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관세 외에도 소비자 수요, 원자재 가격, 그리고 일관된 전략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 행정부의 무능을 주요 공급망 리스크로 지목했다.
응답자의 과반수(61%)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을 괴롭히고 있다(bullying corporate America)"고 느낀다고 답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나타난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주문 취소(89%)였으며, 응답자의 75%가 소비자 지출 위축을 전망했다. 또 새로운 관세율이 적용된 제품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1%가 가격 인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지출 감소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제품군은 선택적 소비재(44%), 가구(19%), 명품(19%)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3%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2025년 내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중 절반(51%)은 2분기 중 경기침체 진입을 예상했다.
미국 의류·신발 협회 CEO 스티브 라마르는 "수백만 미국인의 일자리를 뒷받침하고, 미국 제조업을 움직이며, 소비자에게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공급망들이 초반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상품 부족, 파산 등이 대통령의 잘못된 관세 정책이 초래할 고통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제조업을 본토로 가져온다 하더라도 결국 자동화가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설문 응답자의 81%는 인간 노동보다 자동화 기술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 답한 것이다.
공급망 무역협회 CSCMP의 CEO 마크 박사는 "미국 노동시장 자체가 제조업 귀환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내에선 해고 가능성이 즉각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응답자의 47%는 인력 감축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53%는 아직 없다고 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향후 9개월 내 해고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비율이 높았고, 38%는 2~3개월 내 해고를 전망했다.
이번 설문은 4월 14일부터 18일까지 공급망 및 산업계 종사자 3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