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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 저유가 사이클 도래 가능성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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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공급 과잉으로 지난 1980년대 국제 유가 폭락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당시 유가 폭락은 소련의 경제 붕괴를 초래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2월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주재한 회의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협상에 나서기 몇 주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협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미국의 석유 생산 확대와 OPEC의 증산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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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각)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사진=뉴스핌 로이터]

해당 보고서는 "미국과 비OPEC 국가에서 원유 생산량이 크게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OPEC의 여유 생산 능력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보고서는 OPEC과 미국의 증산에 따른 과잉 공급 시나리오나 이러한 위험이 얼마나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OPEC은 현재의 원유 생산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으며, 통신은 미국이 석유 생산을 추가로 늘릴 수 있지만, 증가분의 대부분은 비OPEC 국가인 가이아나·브라질·카자흐스탄 등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 산유국으로, 석유와 가스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해왔다. 1980년대 유가 폭락은 소련이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들었고, 결국 소련의 붕괴로 이어졌다. 현재 러시아의 석유 가격은 배럴당 약 70달러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는 배럴당 69.7달러의 유가를 기준으로 국가 예산을 책정한다. 원유 수출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큰 탓에, 국제 유가가 이보다 대폭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 재정수입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 1991년 이후 저유가로 인해 여러 차례 금융 충격을 겪은 바 있다. 1998년에는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로 떨어진 여파에 채무 불이행(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2008년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긴급 유동성을 투입해 경제를 안정시키고 실업률을 억제했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OPEC의 여유 생산 능력이 일일 530만 배럴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량을 현재의 일일 900만 배럴에서 최대 1200만 배럴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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