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총리 "트럼프 2기 명확한 로드맵 있어...中과는 관계 회복 위해 노력 중"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과 중국 등에 대해 발언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전날 공개된 미국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준비가 잘된 것 같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를 언급했다.
모디 총리는 "그(트럼프 대통령)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설계된 명확한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며 "그의 성찰은 '미국 우선주의' 정신을 보여 줬고 나도 '국가 우선주의'를 믿기 때문에 우리는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갈수록 무의미해지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기구 무용론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의견에 공감했다.
로이터는 세 시간가량 이루어진 팟캐스트 인터뷰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를 몇 주 앞둔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4월부터 상호 관세를 부과받을 무역 상대국 중 하나로, 이로 인해 자동차에서 농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의 수출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인도가 미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450억 달러(약 65조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인도를 "무역에 있어 매우 큰 악당"이라 부르며 관세를 통해 불균형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해 왔다.
인도와 미국은 현재 미국과 포괄적 무역협정(B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 2030년까지 양국 간 교역액을 5000억 달러로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무역협정을 올해 가을까지 체결하기로 약속한 데 따른 것이다.
![]() |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승리한 뒤 인도국민당(BJP) 본부에서 '브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모디 총리의 중국에 대한 발언은 중국 정부의 호응까지 이끌어 냈다.
모디 총리는 팟캐스트에서 "두 나라(인도와 중국)는 2020년 국경 분쟁 지역에서의 군사적 갈등을 겪기 이전 상태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느리지만 확실하게 신뢰와 열정, 에너지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5년의 간격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갈등이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로 양국 간 경쟁이 건강해야 하며 갈등으로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모디 총리가 최근 중국-인도 관계에 대해 한 긍정적인 발언을 높이 평가한다"며 "최근 몇 달 동안 양측은 양국 정상이 도달한 중요한 합의를 진지하게 이행하고 다양한 수준에서 교류 및 실질적 협력을 강화했으며 일련의 긍정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마오 대변인은 "'용과 코끼리의 협력적인 2인조'를 실현하는 것이 중국과 인도에 있어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며 "중국은 인도와 협력해 지도자들의 합의 사항을 완전히 이행하고, 수교 75주년을 다양한 분야와 수준에서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음으로써 중국-인도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와 중국은 약 3500km에 걸쳐 국경을 맞대고 있다. 슈미르·시킴·아루나찰 프라데시 등 국경 지역 곳곳에서 영유권 갈등을 겪다가 1962년 전쟁까지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실질통제선(LAC)을 그은 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2020년 6월 히말라야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양국군이 충돌하며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졌다. 45년 만에 처음으로 LAC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는 1962년 국경 전쟁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양국은 라다크 지역의 LAC 인근에 5년 가까이 각각 6만 명의 병력을 배치해 오다가 지난해 10월에서야 국경 순찰 협정을 체결하고 주둔 병력 철수에 합의했고, 얼마 뒤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모디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분쟁지에서 철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