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미·러·우크라 정상 초대 "여기서 협상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우크라이나-러시아 정상회담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주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사업가이자 팟캐스트 진행자 마리오 나우팔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평화 협상 중재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는다며 "원한다면, 여기로 와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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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지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를 밀어붙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설득하고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라며 "원한다면 여기로 와라. 바로 근처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200㎞다. 비행기로 30분 거리"라고 말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여기에 앉아 조용히, 소리치지 않고도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해달라. 나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여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우리는 앉아서 차분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상회담 초청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중단하자 나왔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과 날 선 공방을 벌였고, 예정된 광물 협정 서명 없이 자리를 떠났다.
이후 트럼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중단을 발표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된 것은 유감"이라며 자신은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2기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는 뜻을 서한으로 보내왔다"라고 알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평화 협상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단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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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세 정상이 민스크에서 만날지는 미지수다. 벨라루스는 2014년과 2015년에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의 회담을 주최한 바 있으며, 이는 민스크 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에서 벌어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체결된 일련의 평화 협정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국경을 통제한다는 것과 분리주의 세력의 무장 해제 등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며칠 전 이 민스크 협정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파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동맹국이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병력을 파견하진 않았지만, 러시아군에 자국 영토와 인프라를 사용하도록 허용해 왔다.
지난 2월 14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벨라루스에서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공격 준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