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혼조세로 마감… 중국 AI 기술력에 충격 받은 테크주는 폭락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27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벤처기업이 내놓은 저가형 인공지능 모델이 깜짝 놀랄 수준의 기술력을 보여주면서 테크주들이 일제히 급락해 식음료·화학·유틸리티 등의 상승세를 상쇄했다.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38포인트(0.07%) 내린 529.69로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 525.77까지 밀렸다가 막판에 내림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이 지수는 3거래일 만에 530선 밑으로 후퇴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112.75포인트(0.53%) 하락한 2만1282.18에,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21.04포인트(0.27%) 떨어진 7906.58로 마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MIB 지수는 9.55포인트(0.03%) 내린 3만6191.17에 장을 마쳤다.
반면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36포인트(0.02%) 오른 8503.71로,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14.50포인트(0.12%) 상승한 1만1997.10으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AI 벤처기업의 기술력은 서양 테크 업계에 충격과 공포를 몰아왔다.
중국 AI 벤처기업 딥시크(DeepSeek)가 최근 발표한 추론형 AI 모델 '딥시크-R1'은 26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챗-GPT를 제치고 무료 앱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이 모델은 특정 AI 벤치마크에서 오픈AI 모델과 대등하거나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딥시크가 훨씬 적은 예산으로 미국 AI 모델 성능에 버금가는 성능을 거두면서 투자자들은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같은 칩 제조업체에 막대한 금액을 지출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하루 엔비디아의 주가가 최대 17.8% 폭락했고 시가총액은 약 6200억 달러(약 890조원) 증발했다"고 했다.
로이터 통신도 "중국 딥시크의 저가형 AI 모델이 이 업계의 수익률과 값비싼 반도체의 필요성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퀼터 체비엇의 벤 베링거 기술 애널리스트는 "딥시크의 성공은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보아온 수준의 자본 지출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경각심과 물음표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유럽 기술주는 이날 하루 3.4% 급락하며 작년 10월 이후 일일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네덜란드의 장비 업체 ASML이 7.01% 하락했고, ASM 인터내셔널은 12.15% 폭락했다.
AI 인프라에 전기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지멘스 에너지와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각각 19.95%, 9.48% 떨어졌다.
유럽 시장은 이번 주 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주요 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미 연준은 오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고, ECB는 30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미국에서는 금리 동결이, 유럽에서는 0.25%포인트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독일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와 지역별 인플레이션 지표도 공개된다.
특징주로는 세계 최대 음악 레이블인 UMG가 스포티파이와 새로운 계약을 발표하면서 7.3% 상승했다.
라이언에어도 예상보다 큰 분기 이익을 기록한 후 3.2%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