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각 62년 만에 붕괴 위기… 야당, 빠르면 수요일 불신임안 제기할 수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의 미셸 바르니에 총리 내각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 빠르면 오는 3일 의회에서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이 발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바르니에 내각이 무너지면 이는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내각이 붕괴한 이후 62년 만의 일이 된다.
바르니에 새 프랑스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바르니에 내각이 적대적인 의회에 의해 퇴출될 수 있는 최대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야당은 빠르면 수요일에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바르니에 내각이 의회 내 중도 좌파로부터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바르니에 내각은 올해 국민총생산(GDP)의 6.1%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내년에는 5% 수준까지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600억 유로(약 88조7000억원) 규모의 정부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2025 예산안을 편성했다.
프랑스 하원은 2일 오후 사회보장과 관련된 법안을 심사한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족 지원 등 각종 사회보장에 대한 재정 수입과 지출을 담은 예산안이다. 이 법안은 연금 물가연동제의 부분적 폐지와 고용주의 사회 공헌금 삭감, 처방약 환급 정책의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마린 르펜 원내대표가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은 "국민들의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예산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부의 예산안을 대폭 수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국민연합의 강공에 밀려 이미 최초 예산안에서 두 발짝 후퇴한 상태다. 전력소비 세금 인상 계획을 철회했고, 사회보험료 면제 혜택 중단 계획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양보는 불가하다면서 예산안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바르니에 내각은 만약 야당이 예산안 통과를 끝까지 반대한다면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해 의회 표결을 건너뛰고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합은 "우리가 요구한 내용들은 물러설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이날 "물론 마지막 순간 기적이 일어날 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우리 당이 (바르니에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연합의 한 축인 사회당도 "정부가 49조 3항을 발동하면 바르니에를 축출할 것"이라며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마지막까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대화에 열려 있다"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법 초안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7월 초 치러진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연합인 신인민전선(NFP)이 180석을 차지해 1위를 차지했고, 국민연합이 142석으로 3위를 차지했다. 두 당이 힘을 합치면 전체 의회 의석 577석의 과반을 필요로 하는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신인민전선은 바르니에 내각 등장 때부터 줄곧 내각 불신임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자신들이 총선 1위를 차지했는데도 총리 지명을 받지 못했다며, 현 바르니에 내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지 2개월 만인 지난 9월 5일 바르니에를 총리에 임명했다. 바르니에 내각이 붕괴하면 마크롱 대통령은 후임 총리는 다시 임명해야 한다. 현재 의회의 의석 배분이나 갈등, 교착 상태 등을 감안할 때 또 다시 프랑스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