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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재도약②] '버팀목' 수출마저 가시밭길…반도체 '상저하고'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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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계엄 사태와 수출·고용·내수 부진으로 한국 경제에 '저성장 쇼크'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고용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 증가율도 한풀 꺾였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성장 동력을 다시 갖추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지난해 우리 경제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했던 수출이 올해에는 저조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마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마냥 암운만이 드리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력 품목 중에서도 부동의 1순위인 반도체가 어려운 여건 속 호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는 희망이 감지된다.

◆ 트럼프, '미국 무역적자 원인' 한국 지목…올해 대미·대중 수출 감소 전망

올해 수출이 전년의 성장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트럼프 2기'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이 자리한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당선 이후 8년 만에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 아래 무역 상대국이 우방국 혹은 동맹국인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자국만을 위한 공격적인 통상 이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목표로 '보복 무역'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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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전날인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런 고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의 주축인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인상될 시 대미 수출이 감소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만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로 인해 중국의 성장률이 저하될 시 우리 제품에 대한 수입 감소로 이어지며 대중 수출도 감소할 공산이 크다.

산업연구원은 10%의 보편 관세와 중국에 한한 60%의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시 대미 수출이 약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명목 부가가치는 7조92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대국이라는 점에서 대미 실적 감소는 막대한 출혈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6338억달러) 중 대미 비중은 20.2%(1277억9000만달러), 대중 비중은 21.0%(1330억300만달러)에 달한다. 2개국이 전 세계 무역국 가운데 약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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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은 매해 상승곡선을 그리며 대중 수출과 엇비슷한 규모로 성장해 왔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959억달러 ▲2022년 1098억2000만달러 ▲2023년 1157억2000만달러 ▲2024년 1277억9000만달러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런 흐름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 무역 적자의 원인으로 직접 조준하기도 했다.

올해 대미 수출이 감소로 전환될 경우 전체 실적의 부진을 유발하는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대미·대중 수출 감소세를 점치며 우리 수출이 전년과 비교해 대폭 저조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8.2%의 증가율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경신했으나 올해에는 1~2%대의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 8.5%, 13대 산업군 '1위'…올해도 실적 견인할 듯

연구기관 등은 전년 대비 부진한 성장세를 점치면서도 우리 수출 전망이 완전히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올해 수출의 가장 큰 암초로 여겨지는 트럼프 신정부가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의 1순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서 희망적인 징조가 감지된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잡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감안했을 때 우리 주요 산업 중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의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의하면 반도체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견제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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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지원법(CHIPS Act·칩스법)' 보조금·세액공제 혜택 축소 등의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반도체와 핵심 판로 수요산업 내 중국 경쟁기업 견제 강화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며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인다면 한국산 제품도 수혜 기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칩스법에 대해 내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트럼프가 해당 법안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내놨다. 칩스법은 반도체 회사가 미국 내에 제조공장을 건설하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대기업들은 칩스법에 힘입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인 미국에 적극 투자해 왔다.

이를 두고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칩스법과 관련해 동일 지원 혜택과 대비한 추가 투자 요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견제와 자국 내 첨단공정 제조기반 생태계 구축이라는 미국의 국가 전략을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플러스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43.9% 대폭 증가한 1419억달러를 기록하며 기존 최대치인 2022년(1292억달러)의 실적을 2년 만에 경신한 바 있다. 지난해 분기별 우상향 흐름을 유지하며 14개월 연속 플러스 달성에 성공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올해 반도체 수출이 지난 2022년의 1292억달러와 지난해 1419억달러를 거듭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은 1400억달러 이상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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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구원이 추산한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8.5%로 전체 수출 증가율 전망치(2.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우리 13대 주력 산업 중에서도 가장 높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3대 주력 산업 중 1위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증가율을 보인 데 이어 올해에도 가장 큰 폭의 플러스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이재윤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반도체는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IT 기기 수요의 점진적 증가와 DDR5·HBM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반도체 단가 상승효과로 8.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지난해 실적 호조에 따라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통계분석본부 연구위원도 "올해 한국 수출 전망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증가로,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성장과 온디바이스 AI 신제품 출시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이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는 한국 경제의 주력 수출 품목 성장을 견인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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