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러시아에선… 기준금리가 무려 연 21%, 물가도 10% 육박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러시아 중앙은행(CBR)이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21% 수준에서 동결했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 금리의 5배 이상이고, 한국의 7배 수준이다.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역대 최고치인 21%로 유지했다. CBR은 지난 10월 25일 기준금리를 기존 19%에서 21%로 인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사진=로이터 뉴스핌] |
CBR은 성명을 통해 "은행의 대출 금리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신용 활동이 냉각된 상황"이라면서 "통화 여건의 긴축 달성은 디플레이션 과정을 재개하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회복하는데 필요한 전제 조건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로이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경제학자 27명 중 23명은 금리가 2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CBR의 금리 동결 결정은 2%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던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을 예상한 이유는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CBR은 러시아의 연간 인플레이션을 9.6%로 추산하는데 이는 정책 목표인 4%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면서 "특히 많은 경제학자들은 국방비 지출 급증 등에 따라 올해 말까지 인플레이션이 1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기준금리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치솟았다.
지난 2021년 2월 4.25%였던 기준금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2022년 3월엔 20%까지 급등했다. 이후 빠르게 금리가 내려가 그해 9월엔 7.5%까지 떨어졌지만 작년 여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고, 지난 10월 25일 역대 최고 수준인 21%가 됐다.
러시아 인플레이션은 군사비 지출 확대와 임금 급등, 루블화 약세 등에 의해 촉발됐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제재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대금 지급이 중단되면서 달러 대비 루블화가 15% 폭락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와 흉작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유와 버터, 야채 등 필수 식료품 가격이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푸틴 대통령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CBR 결정은 푸틴 대통령이 전날 연말 기자회견에서 중앙은행에 '균형 잡힌' 결정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지 하루 만에 내려졌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엘비라 나비울리나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코노미스트인 에브게니 코건은 "(푸틴의) 압박은 효과가 있었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18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린 4.25~4.50%로 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2일 예치금리를 기존 연 3.25%에서 3.0%로 내렸다. 레피금리(Refi·MRO)는 3.40%에서 3.15%로, 한계대출금리는 3.65%에서 3.40%로 인하했다.
또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은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연 4.75%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국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