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 협상은 한·미 협상의 예고편"...안보와 무역 연계 주시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가장 먼저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일본이 예상 외의 요구 조건을 들고 나온 미국에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일 관세 협상은 곧이어 시작될 한·미 협상의 예고편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한국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미·일 관세 협상에서 일본은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참석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났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타나 주일 미군 주둔에 대한 일본의 군사 지원 비용을 언급해 일본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미국산 자동차 판매 확대, 무역적자 해소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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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본 측은 이번 첫 만남에서 미국의 협상 의도와 요구 사항을 파악해 이에 대응하는 '패키지안'을 만드는 기초 자료로 삼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에 나타나 관세 문제와 안보 사안을 연계하겠다는 의도를 숨김없이 드러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판 흔들기'는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매우 유사한 조건을 갖고 있다. 한·일은 모두 미국의 핵심적 아시아 동맹국으로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이 매우 중요한 나라이면서 대미 무역에서 커다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다. 미·일 관세 협상에서 일본이 제기하는 논리는 다음 주 한국이 미국에게 해야할 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번 미·일 협상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관세 문제와 안보 관련 사안이 별개라는 현재의 입장을 고수한 채 미국과 협상에 임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보 문제를 오래 다뤘던 전직 관료 출신의 외교 전문가는 미국의 긍극적인 목표가 중국을 견제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동맹국"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포함해 중국을 봉쇄, 견제하는 데 한·일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고 이를 관세 문제와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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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2025.04.09 [email protected] |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우선적으로 협상을 시작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시장이 흔들리고 여론도 출렁이는 상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과 일본은 국내정치적 요인으로 미국에 대폭 양보가 어렵다는 점도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본은 90일의 상호관세 유예 기한이 도래하는 7월에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고 한국은 이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많은 나라들과의 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동맹국이라는 점을 들어 예외를 적용받으려 한다면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