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유가] 美·이란 핵 합의 전망에 유가 2% 하락...금은 1% 상승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과 이란 간 핵 합의 전망 속에 15일(현지시간) 유가가 2% 넘게 떨어졌다. 금값은 1%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1.53달러(2.42%) 내린 배럴당 61.62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7월물은 1.56달러(2.36%) 하락한 64.53달러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이란이 핵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란이 '어느 정도는' 조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전날 NBC뉴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 이란 고위 관리도 "경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미국과의 합의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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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 참석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SEB 애널리스트 올라 하발뷔는 "핵 합의에 따른 즉각적인 제재 해제는 하루 80만 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를 글로벌 시장에 추가 공급하게 될 수 있으며, 이는 분명히 유가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루 전 미 재무부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부품 국내 생산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고, 화요일에는 이란산 원유를 중국으로 수출해 온 오랜 네트워크에 속한 약 20개 기업에 대한 제재도 단행된 바 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견 해소를 위해 오만에서 진행한 4차 협상 이후 나온 조치들이다.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사의 수석 애널리스트 아르네 로만 라스무센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이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던 상황에서 외교적 돌파구가 가까워졌다는 추측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특히 OPEC+의 계획된 증산과 맞물릴 경우 올해 후반에 상당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맥쿼리의 글로벌 석유·가스 전략가 비카스 드위베디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낮은 유가를 원하며 이란과의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타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하루 20만~3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을 추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이란의 원유 수출이 이미 증가해 4월에는 하루 약 170만 배럴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튀르키예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대면 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거부해 유가 낙폭을 제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74만 배럴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이전 전망보다 2만 배럴 증가한 수치다. 다만 IEA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수요 증가 폭이 하루 65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분기 하루 100만 배럴에 육박했던 수요 증가폭보다 둔화된 것으로, 경기 역풍과 전기차 판매 급증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금값은 물가 부진과 달러 약세 여파에 1% 넘게 올랐다. 푸틴 대통령의 평화협상 불참도 금값 상승에 힘을 보탰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장중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장보다 1.2% 상승한 3226.60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16일 오전 2시 51분 전날보다 1.3% 오른 3218.89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0.1% 하락했다. 또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는 예상을 깨고 하락했으며, 소매판매 증가세도 둔화됐다.
제이너메탈스 부사장이자 수석 귀금속 전략가인 피터 그랜트는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더 넓혀주며, 시장의 비둘기파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터키 평화협상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협정 진전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고, 이점도 오늘 금값을 떠받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