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쇼크] 트럼프 26% 관세에 印, '우려' 속 '안도'...무역협정 속도 낼 것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이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인도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26%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에 인도는 수출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면서도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는 점에서 일부 안도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인도에 대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미국을 다녀갔고 그는 나의 '훌륭한 친구'"라면서도 "나는 당신(모디 총리)을 내 친구라고 말했지만 당신은 우리를 제대로 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인도는 우리에게 52%의 관세를 부과해 왔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거의 아무것도 부과하지 않았다"며 "이제 공정한 무역을 위해 우리는 그 절반인 26%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인도는 유례없이 까다로운 비관세 장벽을 두고 있다"며 "이를 철폐하면 미국 수출이 연간 최소 53억 달러(약 7조 7772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 印 수출업계 타격 불가피...자동차 부품업 '당혹'
미국의 이번 조치는 인도 수출업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디아 투데이는 "9일부터 부과되는 26% 상호 관세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들이 급히 움직이고 있다"며 "여러 핵심 부문의 많은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VT 마켓의 안쿠르 샤르마 시장 분석가는 "미국의 상호 관세와 기타 국가의 대응 조치가 인도 경제와 무역 관계, 통화 시장에 장·단기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업계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인도 자동차 부품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인도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1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29.1%를 차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자동차 부품업계는 보복 관세가 15%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높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엘라라 캐피털의 제이 케일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관세가 인상돼도 미국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 이를(관세 충격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그러나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인해 그 동안의 낙관적 전망까지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NBC는 "전반적으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 흐름부터 상품 및 서비스 수출 모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IT 서비스의 경우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수 없지만 최대 시장(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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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百度)] |
◆ 베트남·방글라 등보다는 낮아 '안도'...무역협정 협상 속도 ↑
안도할 만한 점은 인도에 대한 관세율이 베트남이나 중국·인도네시아·방글라데시 등 주요 경쟁국보다 낮다는 점이다.
인도수출기구연합(FIEO)의 아자히 사하이 사무총장 겸 CEO는 "인도에 대한 26% 관세가 국내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미얀마 등보다는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 인도 의류 및 신발 부문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의 아자이 스리바스타바 소장 역시 "미국이 인도산 상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함에 따라 인도는 몇몇 핵심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며 섬유 및 의류 산업이 중요한 기회를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및 방글라데시산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는 인도 섬유 제조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생산 기지 이전을 유치하며 미국으로의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며 "인도가 섬유 부문에서 가진 우위와 낮은 관세가 결합하면 (인도산 섬유에 대한) 글로벌 수요와 새로운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조기 체결하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적자 및 상호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경우 관세를 유예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양국이 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상호 관세는 폐지되고 무역협정에 따라 관세가 새로 책정될 수 있다.
실제로 인도 상공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우려 사항을 해결하는 국가에 대한 관세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조항을 걸었다"며 인도에 대한 관세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밝혔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전했다.
거짓 인베스트먼트의 비케이 비자야쿠마르 최고투자전략가는 "인도와 미국의 양자 무역협정에 따라 관세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올해 2월 백악관을 찾은 모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미국산 무기 및 에너지 수입 확대와 함께 양국 교역액을 2030년까지 50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3월 초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관련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고, 약 3주 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브렌든 린치 남·중앙아시아 담당 부대표 등으로 구성된 협상단이 인도를 찾았다.
한편 백악관에 따르면, 상호 관세 발표 이전 미국의 단순 평균 관세율은 3.3%였던 반면 인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17%의 관세율을 적용해 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인도의 상품 교역액은 1292억 달러로 추산된다. 미국의 인도에 대한 상품 수출액이 418억 달러, 인도로부터의 수입액이 874억 달러로, 미국은 인도와의 무역에서 약 45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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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 패널 들어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