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로봇이다"…K-배터리, 로봇 전용 배터리로 新시장 뚫는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K-배터리가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로봇 전용 배터리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람의 신체 구조를 닮아 다양한 작업 환경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필두로 물류,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로봇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각 로봇의 형태와 구동 방식, 사용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배터리 기술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로봇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배터리 기술의 新 격전지
15일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마켓리포츠에 따르면 지난해 41억 달러였던 로봇 배터리 시장은 오는 2033년 9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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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2170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기아의 로봇 달이(DAL-e)를 모델이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고출력·고밀도·초경량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며 차세대 특화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오는 2034년까지 최대 60조달러(약 8경4000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을 넘어 자율주행 기반 물류 로봇, 서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 로봇, 사람과 유사한 형태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종류와 활용 범위는 최근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로봇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다소 둔화되자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는 사람과 유사한 형태로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경량성과 고밀도 출력이 핵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한 에너지 밀도가 높은 4680(지름 46mm, 높이 80mm)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베어로보틱스와 배터리 공급 계약 관련 MOU를 체결했다. 내년부터 베어로보틱스가 생산하는 서비스 및 산업용 로봇에 원통형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고, 향후 기술 협력 등 구체적인 협업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삼성SDI 역시 지난 2월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MOU를 맺었다. 제한된 로봇 공간에 사용할 에너지 밀도를 높인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인터배터리 행사에서는 2170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기아의 서비스로봇 달이(DAL-e)와 배송 특화 로봇 모베드(MobED)을 공개하기도 했다.
◆"차세대 시장 주도권 확보 총력 다해야"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로봇용 배터리 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기술력과 대량 생산 능력, 우수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이미 검증받아서다. 특히 다양한 폼팩터 제작 능력은 로봇의 복잡한 구조에 맞춤 설계를 제공할 수 있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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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클로이 캐리봇. [사진=LG전자] |
다만 글로벌 경쟁 심화와 기술 난도 상승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국의 BYD 등도 로봇용 배터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과 빠른 기술 추격으로 K-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로봇의 종류와 기능이 다양해짐에 따라 더욱 세분화되고 고도화된 맞춤형 배터리 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안전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춘 배터리 솔루션 개발이 시장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은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 유력하다"며 "특히 휴머노이드와 같은 첨단 로봇 분야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선제적인 기술 투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차세대 로봇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