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군이 운하 관리" 트집에 파나마 "외국 군대 없다" 펄쩍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파나마 운하 반환을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군 주둔을 언급하며 압박을 이어가자 파나마 정부가 적극 반박에 나섰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에는 중국 군인이 없다. 중국을 포함한 그 어떤 외국군 병력도 운하에 결코 주둔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운하 주변에 중국인이 있다면 크루즈 여행이나 선박 운항과 관련됐을 뿐이라면서 "전 세계에서 그 누구라도 파나마 운하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는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군 주둔을 시사한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파나마 운하를 정성스럽지만 불법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훌륭한 군인들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성탄절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면서 항상 미국에 수십억 달러의 수리 비용을 투입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그는 또 다른 글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온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의원을 파나마 대사로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1일 파나마가 미국을 상대로 운하 통행료를 갈취하고 있다면서 이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반환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관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운하 통행료 인하는 물론 파나마와 중남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파나마 운하 반환 요구의 배경임을 밝힌 셈이다.
한편 물리노 대통령은 당시에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의 반환 요구는 "역사에 대해 무지한 표현"이라면서 "1㎡도 내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CNBC 등 미국 언론들은 중국의 파나마 운하 운영 논란과 관련,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않지만 홍콩에 본사를 둔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가 운하의 카리브해와 태평양 입구 쪽에 있는 두 개의 항구를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로 길이 82km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는 1881년 프랑스가 처음 공사를 시작했다가 철수한 뒤, 미국이 1904년 사업을 넘겨받아 운하의 대부분을 건설해 1914년 개통했다.
미국은 운하 개통 이후 이를 운영하고 관리해 오다가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 당시 파나마 정부에 이를 이양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후 합동 관리 기간을 거쳐 1999년 운하 통제권을 완전히 넘겼다.
파나마 운하는 연간 최대 1만 4000척의 선박이 통행할 수 있으며,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자동차 및 상품 수입의 주요 통로이자 액화천연가스 등 미국 물자의 수출 통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