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우크라 평화 중재, 며칠 내 진전 없으면 손 뗀다"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중재에서 손을 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측이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자,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전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및 우크라이나 외교 수장들과 회담을 가진 후 "며칠 내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 이 일을 더는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도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지만, 더 시급한 사안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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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로이터=뉴스핌]김근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면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5.03.01 [email protected] |
이번 파리 회담은 트럼프 집권 이후 유럽 국가들이 처음으로 참여한 고위급 대면 협상이다.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휴전안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평가했고, 우크라이나 측도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 및 우크라이나 측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중재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대선 당시 "24시간 내 종전"을 공언했던 트럼프는 취임 후 목표 시점을 4~5월로 조정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군사 원조 중단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왔다.
지난달 미국의 중재로 양측은 에너지 시설 공격 금지 및 흑해 해역 상선 항행 안전 보장을 골자로 한 부분적 휴전안에 동의했지만, 이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서 민간인 35명이 사망하는 등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재에서 손을 뗄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사라지게 된다. 향후 미국이 기존 지원 정책을 유지할지, 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루비오 장관은 파리 회담 직후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일부 휴전안 내용을 공유했으며, 안보 보장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와 함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항복 요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단시간 내 협상을 끝내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현 시점에서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며칠 내 진전이 없으면 이 이니셔티브는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우크라이나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광물 개발 협정 체결을 위한 의향서(MOI)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최종 협정 서명은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해당 협정은 지난 2월 백악관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찰을 빚으며 무산된 바 있다.
미국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막대한 원조에 대한 대가로, 희토류·석유·가스 등 전략 광물에 대한 통제권을 요구해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확실한 안보 보장 없이 자국 경제 주권을 침해하는 요구라며 반발해 왔고, 이로 인해 협상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최근 협상이 재개된 배경에는 미·중 간 관세 갈등,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