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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외교기조 유지'로 국제사회 신뢰 회복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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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8일 프레스센터에서 함께 외신기자 간담회를 가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금융·외교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비상 조치다. 이번 사태가 한국의 대외 신뢰도에 끼친 악영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조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기존 외교정책 기조가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동맹과 한·일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한·미·일 3국 협력의 모멘텀이 지속되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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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 "한국의 대응 방안과 로드맵을 마련하고 북·미 직접 협상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어 이번 사태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 준비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일본이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의 발언은 외교 공백을 최소화하고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조 장관의 말대로 이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외교적 행동 반경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행 체제는 곧 물러날 '과도 정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외교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어떤 것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느 방향으로 뛰어야 하는지 모르는데 적극적인 외교가 가능할 리 없다.

무엇보다 '기존의 외교정책 기조 유지'는 가능성 여부를 떠나 적절치 않아 보인다. '중도 하차'가 사실상 예정된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로 계속 나아간다는 것은 난센스다. 과도 정부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국의 북핵 로드맵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월권이 될 수도 있다. 또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일본과 새로운 합의를 하거나 미래의 양국관계 방향을 규정하는 문제도 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한·일 관계는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이후 짚어봐야 할 부분이 많이 생긴 상태다.

12·3 계엄 사태로 한국 외교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 정부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내란 피의자'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윤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외교 상대국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특징적인 외교 기조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다. 윤석열 정부는 이 부분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이 매우 심각하다. 중국과 멀어지고 북·러 관계는 군사동맹으로 발전해 안보 환경이 급변했다. 더욱이 북한을 자극해 전쟁에 가까운 긴장을 조성하고 이를 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의 대외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권한대행 체제는 선출된 권력이 아니므로 새로운 정책을 펼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또 기존의 정책대로 밀고 나갈 수도 없기 때문에 결국 권한대행 체제 외교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지금까지 만들어져 있는 한·미·일 협력의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거나 기존 정책을 밀고 나가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현재 한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법적 계엄선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과 세계에 입증하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이 한·미가 공유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버리고 권위주의를 세우려 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미국이 높은 수위로 한국을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맹의 근간을 훼손한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국가를 법치와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 다시 올려놓음으로써 동맹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권한대행 체제의 한국에게 주어진 첫번째 외교적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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