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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뉴노멀] 연준의 딜레마...'트럼프 vs 파월' 2018년 데자뷔

코투선 0 26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상호 관세 조치를 단행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복잡한 딜레마에 빠졌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 속에서, 연준은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 침체가 걱정되고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를 더욱 자극할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간에 벌어졌던 긴장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1기 때와 다르다...세계 무역질서 전면 개편

이번 상호 관세 조치는 집권 1기 때 무역전쟁과 비교해 스케일과 성격이 크게 다르다.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0% 기본 관세가 발효됐고, 9일부터는 약 60개국에 대해 상호 관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철강·알루미늄·자동차 25% 관세는 물론, 앞으로 반도체, 의약품, 목재, 구리 등으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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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모자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1기 무역전쟁이 주로 중국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무역 불균형을 유지하는 사실상 대부분의 교역국이 포함됐다. 한국 역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임에도 예외 없이 25% 관세를 부과받았다. 베트남, 인도, 말레이시아 등 애플 생산기지가 위치한 국가들도 대상이 되면서 글로벌 '탈중국' 전략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에는 단순한 협상용 압박이 아니라, 무역 질서 자체를 재편하려는 구조적 정책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 현격히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 해소와 공급망 복귀를 통한 미국 제조업 부활을 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관세 조치는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 인플레이션을 넘어, 글로벌 물가 구조 자체를 고비용 체제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대응 역시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질 전망이다.

◆ 파월 입에서 또 나온 "일시적"...오판 반복 우려

트럼프발 관세 충격이 구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에도 관세발 인플레이션을 과소 평가할 경우 2021년의 정책 오류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2021년 팬데믹 이후 파월 의장은 공급망 병목 현상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물가 급등을 "일시적"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물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아 더 오래 지속돼다.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를 넘어서기도 했다.

연준은 2021년 내내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유지하다가, 결국 2022년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해 3월 0.25%포인트(p), 5월 0.50%p 금리를 인상했고 6월부터 11월까지는 무려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금리 인상)을 밟으며 급격한 긴축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한 발 늦었다"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연준은 경기 침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섰으며, 이는 금융시장 전반의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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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랬던 파월 의장은 지난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조치 없이 빠르게 사라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때론 이런 인플레이션을 놔두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관세 인플레이션일 경우 이에(일시적) 해당될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이 다시 대응 타이밍을 놓쳐 과거와 오류를 반복하지 않을까, 뒤늦게 정책 급선회에 나서진 않을까 우려도 제기돼다.

◆ 트럼프 vs 파월, 2018년 갈등 재현?

관세 충격으로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은 더 노골화할 전망이다. 

집권 1기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됐던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강하게 비판하며, "연준이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biggest threat)"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트럼프와 파월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것은 2018년 10월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자산시장에선 글로벌 리세션 우려가 고개를 내밀었다.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관세 공격이 보복에 보복을 낳고 글로벌 물동량과 세계 경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때를 같이 해 트럼프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연준에 대한 공세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무역전쟁을 후방에서 적극 보필하라는 요구였는데, 연준은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그해 연준은 금리를 4차례(100bp) 더 올렸다.

갈등의 정점은 2018년 10월 3일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가 주최한 애틀랜틱 페스티벌에서 파월 의장이 내놓았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현재 중립금리까지 한참 멀다"고 했다. 경기(인플레이션)의 과열도 수축도 없는 균형 수준의 금리(중립금리)까지는 아직 거리가 먼 만큼 트럼프의 압박에도 우리는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마이 웨이(My Way)" 선언이었다.

뉴욕증시를 비롯해 위험 자산 전반이 본격적으로 부러졌던 출발점이다. 그날을 기점으로 그해 12월말까지 뉴욕증시의 S&P500은 20%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발 관세충격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연준 풋(put)을 기대할 수 없다는 공포가 증시를 덮쳤다.

결국 트럼프의 거센 압박 속에서 연준은 2019년 7월,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하에 나섰다. 당시 파월 의장은 "보험성 금리 인하(insurance cut)"라고 표현하며,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트럼프와 연준의 격돌은 불꽃을 튀길 수 있다. 다만 연준도 호락호락할 수 없는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이 자리한다.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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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 연준 금리 전망 잇따라 수정

물론 월가는 위기 때마다 새가슴으로 돌변했던 연준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다. 월가가 예상하는 연준의 정책금리 경로도 종전보다 대체로 완화적인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

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높이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을 앞당겼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오는 6월부터 세 차례 연속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각각 25bp(1bp=0.01%, 0.25%p)씩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초 골드만삭스는 첫 인하 시점을 7월로 내다봤지만, 이를 한 달 앞당겼다.

JP모간은 올해 미국의 경기침체를 기본전망으로 상정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도 40%에서 60%로 높였다. JP모간은 관세 때문에 연말 근원 PCE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종전 2.8%에서 4.4%로 대폭 높여잡으면서도 연준이 결국 경기방어에 올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JP모간은 연준이 오는 6월부터 매 회의마다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월 추가 인하가 이뤄지면서, 기준금리 상단이 3%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종전 예측은 올해 두 차례 인하였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WFII)도 기존 '올해 한 차례 인하' 전망을 '세 차례 인하'로 수정했다.

반면 모간스탠리는 연준이 올해 한 차례도 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6월에 한 번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봤던 것에서 더 매파적인 연준을 상정했다.

한편 LSEG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올해 평균 116bp(1.16%p) 규모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올해 남은 여섯 번의 FOMC 회의 중 최소 네 번 이상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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