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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헝가리서 열리는 행사 보이콧 확산…'친러' 오르반 총리 행보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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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집행위 고위 관료들이 헝가리가 EU 각료이사회 순회의장국을 맡는 동안에는 헝가리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헝가리가 의장국이 되자마자 유럽 내 대표적 친러 인사인 오르반 빅토르(61)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는 등 독불장군식 외교 행보에 나서자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과 프랑스 등 나머지 EU 회원국과 헝가리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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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EU의 공식기구는 27개 회원국 정상으로 구성되는 정상회의, 각국 장관급이 참석해 EU 정책을 결정하는 각료이사회,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5년에 한번씩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유럽의회 등이 있다. 이 중 각료이사회 의장국은 회원국이 6개월씩 돌아가며 맡으며, 헝가리는 이달 1일 의장국이 됐다.

에릭 마메르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헝가리가 의장국을 시작한 뒤 벌어진 최근 상황을 고려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헝가리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의에 고위 공무원이 참여하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집행위원들의 방문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나 집행위원 같은 최고위급 관료(top officials) 가 아닌 고위 공무원(senior civil servants)이 대신 참석한다는 뜻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일종의 무시 또는 하대(下待) 전략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은 '관료적 처벌'은 재정적·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수렁에 빠지지 않으면서 (EU 회원국인 헝가리에)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헝가리의 의장국 역할에 대한 반대는 EU 전체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를 비롯, 핀란드, 폴란드, 스웨덴 등은 헝가리가 의장국을 맡는 6개월 동안 헝가리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EU 외무장관들도 다음 달 28~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외무 정상회의를 보이콧할 예정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가 같은 시기에 EU 공식 외무 장관회의를 열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독일, 프랑스 등과 이미 논의됐고, 17일 회원국에게 통보될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의 오르반 총리이 이끄는 헝가리는 그동안 EU의 공식 입장과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끈질기게 반대했다. 최근엔 EU 회원국 누구에도 알리지 않고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평화 협상을 논의하는 등 독자적인 행동으로 다른 회원국들을 분노하게 했다. 

헝가리는 EU 집행위 결정에 반발하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헝가리 유럽 장관인 야노시 보카는 "EU 집행위는 그들이 협력하고자 하는 기관과 회원국을 입맛대로 골라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헝가리 정부 관계자는 EU 집행위 결정이 '사소하다(petty)'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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