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버스터 후 당근?… 트럼프, 이란에 '협상용 인센티브' 만지작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는 이란과의 협상에 무심한 듯한 모습이지만,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간) CNN은 소식통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및 우라늄 농축 금지라는 명백한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이란 지원 방안들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지난 2주간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군사 공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미국과 중동 주요 국가의 핵심 인물들이 이란과 비밀리에 접촉해왔으며, 정전 합의 이후 이번 주에도 이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양측은 겉으로는 냉랭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구체적인 논의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 이란과 대화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핵 협정 체결 가능성이 있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타격에 충격을 받은 이란은 일단 핵 협상에 회의적 입장이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26일 국영 방송 IRINN에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없었고, 이와 관련해 논의된 바도 없다"며 "양측 간 어떤 합의나 준비도 진행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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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미니어처 뒤로 보이는 이란 국기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이란, 美의 '당근' 대신 '핵무기' 택할 수도
CNN이 두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최소 한 건의 예비 초안에는 이란에 대한 여러 인센티브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특히 비농축 핵 프로그램(민간 에너지 목적)에 200~3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이 포함됐는데 이는 이전에 보도된 바 없는 내용이다.
기타 인센티브에는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 해제와, 현재 외국 은행에 묶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란 자금 60억 달러(약 8조 원)의 사용 허용이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이란과의 이번 협상을 주도할 의사가 있다"면서 "그리고 누군가는 핵 프로그램 건설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인데, 미국이 그 약속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 자금이 미국에서 직접 나오는 것은 아니며, 아랍의 파트너(동맹)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핵 에너지 시설 투자는 최근 몇 달간 진행된 핵 협상에서도 논의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여러 제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여전히 초안에 불과해 내용이 바뀔 수 있고, 유일하게 타협할 수 없는 조건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논의된 또 다른 아이디어는 미국이 지원하는 걸프 지역 동맹국들이 지난주말 미국이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타격한 포르도 핵시설을 비농축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두 소식통은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이란 자체가 해당 부지를 사용할 수 있는지는 즉시 명확하지 않았으며, 해당 제안이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 소식통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창의적인 시도다"라고 CNN에 말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지난 2주간의 사건 이후 이란이 미국의 조건에 더 잘 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이제 핵무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핵무기를 둘러싼 중동 불안이 더 심화하는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실제로 이번 주 초 이란 의회는 유엔 핵감시기구(IAEA)와의 협력 중단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핵 프로그램을 더 숨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마크 키밋 전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도 뉴스쇼 '쿠오모'에 출연해 이란이 핵무기 대신 원자력 발전 개발을 대가로 인센티브를 받는 방안은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란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