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극우 성향 '개혁당'의 무서운 질주… 올 들어 각종 여론조사 잇따라 1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의 극우 성향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Reform UK)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잇따라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당장 총선이 치러진다면 원내 1당을 차지하면서 집권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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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뉴스핌]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실시된 영국 런콘·헬스비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영국개혁당 후보가 승리를 확정하자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크게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영국 스카이 뉴스는 26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영국 유권자 1만1500명을 상대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영국개혁당이 26%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현 집권 여당인 중도 좌파 노동당은 23%, 제1 야당인 중도 우파 보수당은 18%에 그쳤다. 그 뒤를 이어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이 15%, 녹색당이 11%를 기록했다.
'내일 총선이 실시된다면 어떤 정당 후보를 찍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취합한 결과, 영국개혁당이 전체 의석 650석 중 271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총선에서 441석을 휩쓸었던 노동당은 178석으로 줄어들고, 보수당은 121석에서 46석으로 궤멸적 패배를 당할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민주당은 9석을 더 얻어 81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고브는 "노동당과 보수당을 합쳐도 (중도 진영의) 지지율은 41%에 불과하다"며 "이는 작년 총선에서 얻은 59%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국민 중 다수가 영국 정치권의 두 주요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투표할 것이라는 사실은 지난 10년 동안 유권자들의 분열이 얼마나 심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극우 성향 정치세력은 지난해 총선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는 극우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지율이 만년 한 자릿수에 그쳤고,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지지율이 점차 상승하더니 작년엔 지지율이 10% 중·후반대로 치솟으며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도 자유민주당을 추월했다.
작년 7월 실시된 총선에서는 14.3%를 득표하면서 5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영국개혁당이 하원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18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서는 무섭게 지지 기반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스카이 뉴스가 유고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영국개혁당은 지지율이 25%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극우 진영이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노동당은 24%로 2위, 보수당은 21%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지난달 29일∼이달 4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성인 1180명을 대상으로 총선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영국개혁당이 34%로 가장 높았다. 노동당(25%), 제1야당 보수당(15%), 원내 3당 자유민주당(11%), 진보 성향 녹색당(9%)이 뒤를 이었다.
당시 스카이 뉴스가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석 전망을 했더니 영국개혁당이 650석 중 최대 340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이 176석, 보수당은 12석밖에 차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스카이 뉴스는 "보수당과 노동당 등 주요 정당들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반면, 영국개혁당은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정치는 잔혹한 게임이며 기대에 못 미치는 당 지도부를 무너뜨리는 데 있어서 보수당은 다른 어떤 당보다 더 무자비하다"며 "현 보수당 지도부가 이런 여론조사를 결과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집권 여당인 노동당에도 빨간불이 켜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조사에서 노동당 소속인 키어 스타머 총리의 업무 만족도는 19%에 불과했다. 불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3%에 달했다.
영국 극우 성향 진영의 부상은 나이절 패라지(61)라는 인물이 독보적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일군 성과이다.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극단적인 반(反)이민주의자로 이주민·난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뿐만 아니라 반이슬람 선동,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언행 등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브렉시트)를 이끌어낸 핵심 인물이기도 하다. 브렉시트라는 목표를 달성한 그는 2016년 7월 UKIP 대표에서 물러났다가 2018년 '브렉시트당'을 창당했고, 곧 영국개혁당으로 이름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