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호르무즈 트레이딩' 되돌림... 원유 수입국 통화 급반등

[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24일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원유 순수입국 통화들이 일제히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완전히 합의, 24시간내 전쟁이 종식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우리시간 24일 오전 9시40분 현재 달러/엔(USD/JPY) 환율은 0.39% 하락한 145.59엔에 거래됐다. 전일(23일) 런던 시장 거래에서 148엔을 넘보던 달러/엔 환율이 1% 넘게 수직 하강한 것이다(달러 대비 엔 강세).
역외 달러/위안(USD/CNH) 환율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전날 7.19선을 넘어셨던 역외 위안 환율은 이날 오전 7.17선으로 내려왔다(달러 대비 위안 강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동향에 몹시 예민해진 유로 역시 강세로 돌아섰다.
23일 장중 한때 1.1454까지 밀렸던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1.16선 위로 반등했다(달러 대비 유로 강세). 장중 저점에서 고점까지 오름폭은 1.33%에 달했다.
호주달러 역시 급반등 흐름을 보였다. 전일 한때 0.637선까지 밀렸던 호주달러/미국달러(AUD/USD)는 장중 0.648선으로 솟구쳤다(달러 대비 호주달러 강세). 저점에서의 반등폭은 1.7%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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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환율(파란색선)과 유로-달러 환율(보라색선)의 최근 이틀 장중 흐름. 달러-엔 환율의 하락은 달러대비 엔 강세를, 유로-달러 환율의 상승은 달러 대비 유로의 강세를 의미한다 [사진=koyfin] |
원유 순수입국 입장에서 유가 상승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악화를 의미한다. 반면 미국은 셰일 오일 덕분에 원유 자급에 가까운 에너지 토대를 구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유가 급등을 동반한 중동 사태가 벌어질 때 달러가 강해지는 것은 과거와 같은 '달러의 안전통화 지위' 논리보다 이러한 에너지 펀더멘털 격차가 배경으로 작용할 때가 최근 더 많아졌다.
특히 지난 22일(이란 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이후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지 모른다는 우려는 '공급 쇼크에 의한 유가 상승과 그에 따른 원유 순수입국 통화의 약세(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더 지속될 것'이라는 베팅을 자극하기 좋았다.
그러나 간밤 중동 사태가 극적 전환을 맞으면서 이러한 '호르무즈 트레이딩'은 급한 되돌림을 겪었다.
이란은 카타르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공습했지만 해당 작전을 미국과 카타르에 미리 통보해 확전의 위험을 낮추려 애썼다. 시장은 이를 이란의 '국내 정치용 분풀이' 정도로 받아들였다.
카타르 미군 기지로 향한 대부분의 미사일은 요격되거나 기지 바깥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이 가혹한 응징과는 거리가 먼 사전에 합을 맞춘, 제한적 수준에 그치자 간밤 유가는 급락했다.
브렌트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 넘게 하락했다. 유가에 잔뜩 끼었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단숨에 해소됐다.
여기에 24일 아시아 시간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 및 종전 소식`은 유가를 아래로 계속 잡아당겼다. WTI는 장중 4.55% 하락한 배럴당 65.40달러로 내려섰고 브렌트도 4% 가까이 하락한 68달러선에 거래됐다.
이러한 유가 진정세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일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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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와 WTI의 최근 5거래일 흐름 [사진=koy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