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노 LVMH 회장 "트럼프에 위협은 안 통해… 양보를 전제로 협상해야"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 명품 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협상이 난항을 보이고 있다며 '양보를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노 회장은 이날 기업 지원 정책과 관련된 프랑스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EU)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나쁜 시작'을 했다"며 "지금까지는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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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미국과의 협상은 성공을 목표로, 상호 양보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에 관한 요구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려야 하고, 관세 인하와 유럽 일자리 보호를 위해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미국과 신속하게 협상을 타결한 것을 거론하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며 "유럽 입장에서는 원만하게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초기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후 지난주에 적극적인 협상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빈 웨이안드 EU 집행위 통상총국장은 최근 EU 회원국에 보낸 브리핑 노트에서 "EU는 미국이 원하는 빠른 승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자신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동원해 미국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그는 "보잘것없지만 나의 자원과 인맥을 통해 유럽(연합)이 (영국처럼) 건설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아르노 회장이 1980년대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알고 지내는 관계이며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아르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에 열려 있으며 위협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LVMH는 주류 브랜드로 헤네시 코냑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지역에서 매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프랑스 코냑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코냑 산업 종사자는 약 8만명에 달한다.
아르노 회장은 중국과 함께 미국이 동시에 코냑 수입을 차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경우 유럽 경제에 재앙이 닥치고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과 함께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