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무디스, 미국 국가신용등급 'Aaa'→'Aa1'로 강등…"국가 부채·이자 부담 증가"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미국 정부의 높은 부채 비중이 이번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 배경이다.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10년 이상 지속한 미국 정부의 높은 부채 비율과 이자 부담 증가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등급 강등은 무디스의 21단계 신용등급에서 한 단계 하향된 것이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다. 이 같은 조치는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지 1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연이어 대규모 연간 재정 적자와 증가하는 이자 비용 추세를 되돌리려는 조치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금리 상승과 재정 지출 확대에 다른 국채 이자 비용 증가로 막대한 재정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5년 회계연도 시작 후 지난달까지 미국의 누적 재정 적자는 1조500억 달러로 1년 전보다 23%나 급증했다.
무디스는 미국 국가신용 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던 마지막 주요 평가사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011년 8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고 피치(Fitch)도 2023년 8월 'AAA'에서 'AA+'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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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5.17 [email protected] |
국가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 중이다. 미국 동부 시간 오후 5시 4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4.9bp(1bp=0.01%포인트(%p)) 상승한 4.484%를 가리켰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진단했다. 미슐러 파이낸셜의 톰 디 갈로마 금리 및 트레이딩 매니징 디렉터는 "매우 놀랍고 이것은 큰 사건"이라며 "시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의회의 예산 협상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하원 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이날 미 하원 예산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부결했다.
보스턴 칼리지의 브라이언 베튜니 경제학 교수는 "이것은 2011년 S&P의 등급 강등과 유사하다"며 "당시 S&P의 등급 강등 발표는 시장의 큰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예산 자동 삭감(sequester) 합의로 이어졌다"고 상기했다. 베튜니 교수는 "그 결과 재정 적자가 줄어들었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동안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타협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튜니 교수는 "이번 등급 강등은 공화당에 대한 경고 신호"라며 "이제는 적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예산 합의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