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백기든 리카싱, 파나마 항구 매각 사실상 백지화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홍콩 재벌 리카싱(李嘉誠) 일가가 파나마 항구 운영권 매각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리카싱 일가가 지배하는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창장허치, 長江和記)는 13일 새벽 특별 성명을 발표했다고 중국 제일재경신문이 이날 전했다.
CK허치슨홀딩스는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파나마 항구 매각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주주 및 언론의 문의가 계속됨에 따라 특별히 성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파나마 항구 운영권 매각은 어떠한 불법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상황하에서 진행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당국이 이번 거래를 조사하고 있는 만큼 회사 측의 설명은 사실상 매각을 백지화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회사는 또한 "법률 및 규제 기관의 동의 및 승인, 불법적인 상황의 부존재, 회사 주주의 동의, 최종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의 확보 등이 이뤄져야만 매각 거래가 완성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앞서 CK허치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파나마 항구 운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운하 통제권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파나마 운하에 있는 항구 5곳 가운데 발보아, 크리스토발 등 2곳을 운영해 온 CK허치슨은 지난 3월 4일 파나마 항구 운영권을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 사업 부문 지분을 228억 달러에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발표하고 우선 협상을 진행했다.
이에 3월 28일 중국의 시장 규제·감독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파나마 항구 매각 거래에 대한 반독점 조사 방침을 밝혔다. 파나마 항구 운영권을 대미국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당국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CK허치슨은 지난달 2일로 예상됐던 최종 계약 체결을 연기했다.
이번 CK허치슨의 성명 발표로 인해 파나마 항구 운영권의 블랙록 매각건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다만 중국 당국이 항구 매각을 승인한다면 매각 작업이 재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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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이 파나마 운하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