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외환]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에 채권 시장 관망세...달러화는 강세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15일(현지 시간), 미 국채 수익률은 소폭 하락(가격은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은 하루 뒤 발표될 3월 소매 판매 등의 경제 지표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을 기다리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시장 오후 거래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4.3bp(1bp=0.01%포인트) 하락한 4.321%를 기록했고, 30년물은 2.7bp 내린 4.771%를 나타냈다.
통화 정책 결정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0.6bp 하락한 3.826%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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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들은 최근 시장을 뒤흔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를 다소 잠재울 만한 내용이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4월 뉴욕주의 제조업 지수(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는 마이너스(-) 8.1로 전달(-20.0)보다 11.9포인트 상승했으며, 시장 전망보다 강했다.
또한 3월 미국의 수입 물가는 보합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월 대비 0.1% 내렸다. 수입 물가가 전월 대비 하락한 것은 6개월 만이며, 낮은 유가가 주된 원인으로 풀이됐다. 경제 지표는 예상보다 양호했으나, 국채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TD증권의 미국 금리 전략 책임자인 겐나디 골드버그는 "(시장이) 매우 불안하고 조용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관련 추가 발언, 침체 여부를 가릴 주요 경제 지표와 파월 의장의 발언 등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채권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최근 리서치에서 응답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허 관세 정책으로 미 경제 둔화가 현실화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6월 말에는 4.21%, 1년 후에는 4.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주 급락했던 미 달러화는 이날 일본 엔, 유로 대비 반등했다.
뉴욕 시장 후반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53% 상승한 100.17을 가리켰다. 달러화 지수는 지난주 3% 넘게 하락했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며 투자자 이탈이 이어졌고, 이에 지난주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가격은 하락)하고 미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UBS의 외환 전략가인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는 "최근 미 달러화 움직임은 금리 차 같은 전통적인 단기 요인보다는 자산 흐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시장이 미국 예외주의(미국 경제만 유독 강하다는 믿음)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미 경제 둔화 우려, 전반적인 정책 불확실성, 유럽에 대한 투자 심리 개선 등 다양한 요인들이 미국에서 자금을 이탈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1.127달러로 전장 대비 0.7% 하락했다. 지난 주말에는 1.1473달러까지 오르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ING의 프란체스코 페솔레 FX 전략가는 "유로/달러는 가장 고평가된 통화쌍 중 하나"라며, "미국에서 유럽으로의 자금 이동, 달러의 안전자산 매력 약화 등이 유로의 고평가 상태를 당분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엔은 0.12% 오른 143.16엔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주 기록한 6개월래 최저치인 142.05엔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다. 달러/스위스프랑도 0.91% 상승한 0.822프랑에 거래됐다. 달러를 둘러싼 투자 심리가 약화하며 지난주 달러는 스위스프랑 대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