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철강 생산국 印, 수입 철강제품에 12% 관세 부과 검토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이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세계 2위 철강 생산국인 인도 또한 관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이코노믹 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 상공부 전날 대부분의 수입 철강 제품에 200일 동안 12%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산하 무역구제국(DGTR)에 권고했다.
DGTR은 "임시 보호 조치가 지연되면 복구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상황이 존재한다"면서 "당국은 12%의 임시 세이프가드 관세가 국내 산업에 대한 심각한 피해와 위협을 없애는 데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DGTR은 "세이프가드 관세 조치는 국내 산업에 영구적인 피해를 주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수입이 증가할 때 적용된다"며 "이번 권고에 대한 의견을 30일 동안 수렴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구두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의 세이프가드 관세 도입 가능성은 지난해 12월부터 언급돼 왔다. 로이터 등 외신은 당시 DGTR이 중국산 철강 제품 등이 현지 생산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세이프가드 관세가 정식 발동되면 최장 2년간 시행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자국 철강 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보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인도의) 세이프가드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수입 관세로 인해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세계 철강 산업이 무역 경로를 재구축해야 하는 시기에 발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매체 더 힌두는 "중국과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 규모가 전체의 3%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기타 개발도상국에서 수입하는 규모는 전체의 9%를 밑돈다"고 전했다.
더 힌두는 "DGTR은 가격 한도도 언급했다"며 "일정 가격 이상의 철강 제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철강은 인도의 중요 산업 중 하나다. 인도를 글로벌 주요 생산 기지로 만들겠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기조 하에 철강 수요가 급증했고, 인도 정부는 2017년 철강 '순수출국'으로 전환하겠다며 2030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3억 톤(t)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 철강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 노력에 힘입어 인도의 철강 생산량은 연간 1억 8000만 t으로 늘어나며 중국에 이은 세계 제2대 철강 생산국이 됐다.
그러나 철강 수요가 큰 만큼 수입도 급증했다. 특히 저가의 중국 및 베트남산 철강이 쏟아지며 가격 하락을 촉발, 인도 업계의 어려움을 키웠다.
GMK Center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철강 순수입국이 됐다. 이 기간 철강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38.1% 증가한 830만 톤(t)에 달한 가운데, 특히 4~12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높이면 판로를 찾지 못한 외국산 철강 제품이 인도로 대거 유입될 수 있고 덤핑 압력 또한 커질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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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의 한 노동자가 철강관을 쌓고 있다. 2010.02.10 [사진=로이터 뉴스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