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리스크에 휘청이는 테슬라, 시총 1조 달러 붕괴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지나친 정치 활동으로 인한 각종 악재 속에 '시가총액 1조 달러' 타이틀을 반납하게 됐다.
25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8.39% 급락한 302.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도 9700억 달러로 1조 달러가 무너지며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야후 파이낸스와 CNBC 등은 테슬라의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대한 실망감과 유럽 판매 급감이 이날 주가 급락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사용자 다수가 중국에서의 테슬라 '도심 내비게이션' 기능이 머스크가 약속했던 자율주행 기술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가 발표한 1월 유럽 내 등록 테슬라 전기차 대수는 9945대로 지난해 1월의 1만 8161대보다 45%가 급감했다. 이 기간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는 37.3% 증가해 전기차 수요는 늘었지만, 테슬라 인기는 반대로 빠르게 후퇴한 것이다.
![]()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작년 11월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텍사스주(州) 브라운스빌에서 스페이스 X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전문가들은 백악관에 입성한 데 이어 유럽 정치에까지 개입 중인 머스크가 테슬라에 가장 큰 악재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선거 유세에 화상으로 깜짝 등장해 "과거의 죄책감을 넘어서야 한다"며 나치 독일의 잘못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같은 달 머스크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왕립검찰청장이었을 당시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 개입을 일삼아 유럽 정상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이달 초 오펜하이머의 분석가 콜린 러시는 머스크의 정치 개입이 최악의 시기에 이루어졌다면서, 테슬라 판매에 잠재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2023년 초부터 판매가 꾸준히 줄고 있는 캘리포니아와 유럽연합(EU) 전역에서 특히 리스크가 크다"고 짚었으며, 중국의 1월 판매 약세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극단적 정치 수사와 행보로 테슬라 매장과 서비스센터 등에서 테슬라 반대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고,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광범위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당시에도 테슬라 주가는 즉각 급락세를 보였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관세 한 달 유예를 받았지만, 중국은 10% 추가 관세를 부과받은 뒤 미국산 석탄, 석유, 농기계, 자동차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테슬라를 미중 무역 전쟁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고, 일각에서는 머스크 때문에 주가가 반토막 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