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러시아' 행보로 혼란에 빠진 한국...상반된 2개의 우크라 결의안 모두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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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맞아 유엔 총회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안전보장이사회는 러시아의 책임을 강조하지 않은 채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하는 상반된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은 두 결의안 모두 찬성표를 던지는 '줄타기 외교'를 했다.
한국은 24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 영토보전을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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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장 모습 [사진=유엔 홈페이지] |
유엔 총회 결의안에는 모든 러시아 군 병력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시, 완전히, 조건 없이' 철수하고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결의안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발의했으며, 한국은 일본·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영국·독일 등과 함께 공동 발의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결의안은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꾼 미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과 함께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역사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중국과 인도는 기권했다.
앞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에서 '친러시아'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면서 올해 표결에서는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유엔 총회 결의안에 반대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점이 다른 별도의 결의안을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 없이 '분쟁의 신속한 종결'만을 강조했으며 북한의 파병에 대한 우려도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결의안 원안에는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언급도 없었으나 유럽이 이에 반대해 결국 '러시아 침공'이라는 표현을 넣은 수정안으로 표결을 했다. 이 안보리 결의안은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가결됐으며, 한국은 이번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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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로이터=뉴스핌]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 |
한국과 주요 유럽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상반된 시각과 성격을 담은 2개의 결의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동맹 관계에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한국은 안보리 결의안에 북한군 파병에 대한 우려가 누락됐음에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한미 관계를 의식해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안보리 결의안 표결 뒤 "우리가 지지한 수정안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안보리의) 미국 측 결의안이 우리가 지지한 수정안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촉구하고 있는 등 우리 입장과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 전쟁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의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한·미 관계와 북한 문제 관련 한·미 간 긴밀한 공조의 중요성 등도 종합 고려했다"고 말해 미국을 의식한 표결이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