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깬 게이단렌 회장 인사 "日 산업구조 전환의 상징"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최대의 경제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차기 회장으로 츠츠이 요시노부 일본생명보험 회장이 내정됐다.
'재계 총리'라고 불리는 게이단렌 회장에 금융권 출신이 내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으로부터 전환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까지 역대 15명의 게이단렌 회장은 대부분 제조업 출신이었다. 비제조업 출신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철강, 화학, 자동차 등의 경영자가 이끌어왔다.
이번에도 히타지제작소의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회장,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에이지 회장, 소니그룹의 요시다 켄이치로 회장 등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는 금융권 출신의 츠츠이 회장으로 결정됐다.
츠츠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신임 회장 내정자 [사진=NHK] |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인사가 두 가지 점에서 전례를 깼다고 평가했다. 하나는 게이단렌은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에서 회장을 선출한 적이 없었다.
일본생명은 상호 회사이자 비상장 기업으로이다.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촉진하는 역할로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이 같은 금융 업계에서도 있었다.
게이단렌 회장이 재계 총리라고 불리며 '재계의 얼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전례를 깼다. 츠츠이 회장은 오는 4월 일본생명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7월에는 이사회에서 제외돼 특별고문이 된다.
게이단렌 회장 취임 시 출신 기업의 회장이나 사장이 아닌 경우는 사무국 출신의 제3대 회장을 제외하고는 예가 없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도쿠라 회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것은 직함이 아니라 회사와 업계, 경제계를 이끌었던 경험과 지식"이라며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례가 없던 인사의 배경에는 일본의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게이단렌에 요구되는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제조업 수출이 일본 경제의 중심이었고, 따라서 게이단렌의 역할도 법인세 감세나 자유무역 확대에 중점을 두었다. 기업·단체의 기부는 정치에 대한 영향력의 원천이 돼 제조업의 목소리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디지털 세계 속에서 IT나 금융을 비롯해 콘텐츠, 서비스 등의 비중이 커졌다. 산업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게이단렌에도 사회보장 개혁, 녹색경제, 경제안보 등과 같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츠츠이 회장 체제의 게이단렌은 5월 29일 정기총회 후 정식 발족한다. 츠츠이 회장은 내정 후 기자단에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통해 일본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전력을 다하겠다. 정부와 기업을 비롯한 각계와 정성껏 소통하며 사회적 시각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성심껏 임할 결심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