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 트럼프 2.0 시대 지구촌 외환시장의 명암은 -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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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이른바 '트럼프 2.0'이 2025년 1월 본격 개막하는 가운데 월가의 시선이 달러를 향하고 있다.
유로화를 포함한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월 말 100.16까지 떨어진 뒤 상승 반전, 11월22일(현지시각) 장중 기준 108.07까지 치솟은 뒤 최근 105 선으로 후퇴한 상황.
11월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승기를 잡으면서 달러화는 축포를 터뜨렸다. 11월5일 103.42를 기록한 달러 인덱스는 고점을 기준으로 4.5% 랠리했다.
매파적인 관세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까지 트럼프 당선인이 공언한 정책들이 달러화 강세에 힘을 실어준다는 데 월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와 그 밖에 주요 통화의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금리 향방,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와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파장, 주요국 성장률 온도 차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지목한다.
연준이 연방기금 금리를 4.5~4.75%로 내린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2월4일 뉴욕타임스 주최의 행사에서 앞으로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17~18일로 예정된 2024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75%로 점쳐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블룸버그] |
월가는 1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자들이 한 차례 더 금리를 내린 뒤 2025년부터 인하 속도를 늦추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둔다.
대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는 시점의 최종 금리가 3%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미국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준의 피벗(pivot, 정책 전환)이 개시됐던 9월 3.62%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상승 반전해 4.5%에 근접한 뒤 내림세로 돌아서며 12월5일 4.175%에 거래됐다.
달러 인덱스 2024년 초 이후 추이 [자료=블룸버그] |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10월 음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코어 기준으로 연율 2.8% 상승, 안정을 이루는 모습이지만 월가는 안심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정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 무엇보다 대규모 관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그는 이미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경고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최대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엄포한 상황.
반이민 정책 역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면 값싼 노동력이 줄어들고, 임금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월가는 지적한다.
이와 함께 재정 정책도 물가와 금리 하락을 제한하는 변수로 꼽힌다. 세금을 인하해 주고 부족한 세수를 관세로 채운다는 것이 트럼프 당선인의 계산이지만 자칫 국채 발행 물량을 늘리고 시장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국가효율위원회 수장에 발탁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조달러의 예산을 감축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월가는 실제로 국정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인지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미국과 그 밖에 주요국의 경제 펀더멘털도 2025년 지구촌 외환시장에 작지 않은 변수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온도 차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월 보고서를 내고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이 2024년 0.3% 역성장한 뒤 2025년 '제로 성장'을 기록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골드만 삭스는 2025년 유로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0.8%로 내렸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2025년 유로/달러 환율이 소위 패러티를 깨고 1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도 미국 경제의 견조한 성장과 유로존의 한파에 대한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유로존의 경제 전망이 흐린 데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공약도 한 몫 한다. 독일을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되면서 성장 전반에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ANB 암로는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예고한대로 강행하면 유로존의 대미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유로존의 경기 회복이 미약한 상황에 매파 무역 정책이 2025년은 물론이고 2026년까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에서 2025년 유로화 약세 뿐 아니라 전반적인 자산시장이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IMF는 2025년 아세안 지역 경제가 4.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이 5%의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흐리다. 건설 부동산 섹터의 위기가 지속되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가 복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의 실제 대중 관세 수위가 결정적인 변수로 꼽히는 가운데 UBS가 2025년 및 2026년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0%와 3.0%로 제시했고, 세계은행(WB)이 2025년 전망치를 4.3%로 내놓았다.
골드만 삭스도 보고서를 내고 2025년 중국 실질 경제 성장률이 4.5%를 기록, 2024년 전망치인 4.9%에서 후퇴하는 그림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0%포인트 인상한다고 가정할 때 2025년 중국 실질 경제 성장률이 0.7%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주장했다.
투자은행(IB) 업계가 2025년 위안화의 추세적인 약세에 무게를 두는 배경도 펀더멘털 측면의 비관론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주요국의 성장률 희비는 궁극적으로 통화정책 엇박자 및 금리 차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환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IG는 보고서를 내고 "연준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빌미로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성장 둔화 속에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할 경우 금리 차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월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2025년 달러화 강세 흐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진화되지 않으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겨 달러화 '사자'를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