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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케네디, 美 대선판 흔드나...트럼프와 '사퇴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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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후보를 사퇴하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신 트럼프 행정부 2기 때 고위직에 앉는 거래를 논의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논의는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집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은 지 몇 시간 후에 이뤄졌다.

당시 케네디 후보는 여러 케이블 뉴스에 출연해 이번 암살 미수 사건에 관해 얘기했고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는데, 케네디와 트럼프 두 사람을 모두 아는 한 사람이 그날 밤 케네디 후보에게 연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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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턱슨 유세 집회에 참석한 대선 무소속 후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사진=로이터 뉴스핌]

케네디 후보는 이 사람으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받았고, 두 후보 간 전화 통화가 성사됐다. 통화 당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후 현지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자택에 도착했을 시점이다.

두 사람은 통화에서 케네디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내각이나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맡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케네디가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런 논의는 트럼프 본인과 그의 참모들을 놀라게 했다고 해당 관계자는 알렸다. 케네디 후보가 줄곧 선거 레이스 완주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케네디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건강·의료 문제를 담당하는 자리를 맡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트럼프의 참모들은 케네디가 백신을 열렬하게 비판해 온 사람이라 이 자리에 적합하지 않고 이러한 거래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을 우려했다는 전언이다.

이날 전화 통화는 확실한 결론 없이 끝났지만, 소식통 두 명은 트럼프 선거캠프가 그가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해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면 2기 행정부 때 한 자리를 주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두 사람은 통화에서 지난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 밀워키에서 직접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트럼프 측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케네디 후보가 만나 그가 기업과 정치계의 중요 인물들과 정기적으로 것처럼 대화를 나누었다"고 확인했다.

케네디 후보도 이날 WP에 "난 어느 정당 소속이든 만성적인 질병의 유행을 끝낼 방법과 아동 건강에 대해 대화하고 싶은 사람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며 "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연락했다는 점에서 그를 매우 존경한다. 지난 18개월 동안 민주당전국위원회(DNC)에서 그 누구도, 직급이 높든 낮든 나에게 연락한 자가 없다. 대신 그들은 내 선거 캠페인을 방해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배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기기 위해 (선거에) 있다"며 선거 운동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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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개최한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올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지율 10% 케네디 "캐스팅보트 쥐나"

케네디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이른바 '선거 거래'를 했다는 소식은 의미가 크다. 올해 미국 대선도 공화당과 민주당 양대 후보 간 대결이긴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케네디 후보 지지율은 10% 수준으로 결코 작지 않다.

WP가 ABC뉴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와 공동으로 이달 진행한 여론조사 다자대결에서 케네디 후보 지지율은 9%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이 입소스가 총격 사건 이후인 지난 16일 하루 여론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자대결에서 케네디 후보 지지율은 11%다.

만일 케네디 후보가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중도, 무당층 표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뜩이나 지난달 27일 TV토론 이후 불거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에 있어서 악재다.

고령 리스크는 결국 21일 바이든 후보 사퇴로 이어졌는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현재 민주당 유력 후보로 이날부터 본격 선거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여론조사들을 보면 민주당이 해리스 부통령으로 후보를 교체해도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뉴스/유거브의 지난 16~18일 여론조사 가상대결에서 해리스 부통령 48%, 트럼프 전 대통령 51%로 집계됐다. 이는 바이든(47%)과 트럼프 전 대통령(52%) 간 양자대결보다 지지율 격차를 2%포인트(p) 줄인 것이긴 하나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2.7%p)를 넘어 앞선다.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 전인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NBC뉴스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 45%, 트럼프 전 대통령 47%로 바이든 대 트럼프 양자대결과 같은 지지율 차이를 보였다. 

해리스 부통령이 아직 3개월여 남은 선거 기간 지지율 격차를 좁힐지 미지수인 가운데 트럼프 측이 케네디 후보를 영입한다면 판세는 확실히 트럼프에게 기울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아는 민주당도 케네디 후보를 접촉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아직 해리스 부통령을 새 후보를 확정하지 않아 당장 케네디 후보와 접촉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전국위원회는 늦어도 오는 8월 7일까지 대의원 투표 절차를 거쳐 후보를 공식 선출할 계획이다.

케네디 주니어 측도 민주당 측과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아마도 그는 양측을 다 접촉한 후 더 나은 거래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5일 케네디 주니어와 트럼프의 밀워키 밀회를 보도했는데, 케네디 캠프 대변인은 이날 회동을 확인하며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민주당 지도자들과도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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