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무장 속도전, 오는 2029년까지 군사비 GDP의 2.4→3.5%로… 영국·프랑스보다 빨라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향후 10년 안에 직접 군사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독일은 이보다 빠른 2029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을 마련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나토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전체 국방비를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5% 국방비 중 3.5%는 무기와 장비 등 직접적인 군사비 몫이고, 나머지 1.5%는 인프라와 사이버 보안 등 간접적인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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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독민주당(CDU) 대표가 지난 19일 한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FT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오는 2029년까지 국방비를 현재 수준보다 3분의 2 이상 늘릴 예정이며, 이에 따라 군사비 지출은 올해 950억 유로에서 4년 후에는 1620억 유로로 늘어날 전망이다.
GDP 대비 비중은 올해 2.4%에서 2029년에는 3.5%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GDP 대비 3.5%는 냉전 시절인 197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총예산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독일이 이 같은 계획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게 된다면 유럽의 다른 군사 강대국인 영국, 프랑스보다 빠르게 군비강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유럽 내 군사력 헤게모니도 크게 강화하게 될 전망이다.
영국의 경우 현재 약 2.3% 수준인 국방비 지출을 오는 2027년까지 2.5%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이후 2029년 실시되는 총선에서 차기 정부가 구성되면 3% 선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군사 예산을 현재의 약 2%에서 오는 2030년까지 3~3.5%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나라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5%'라는 목표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T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추진하는 국방력 강화 전략에 따르면 오랫동안 나토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이 뒤처져 있던 독일은 5%라는 새로운 국방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에서 프랑스와 영국을 앞지르게 된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군사비 지출 강화로 정부 재정의 적자폭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독일의 재정적자는 작년 330억 유로에서 올해 820억 유로로 증가할 전망이며, 오는 2029년에는 126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군사비 지출 확대와 별도로 독일 정부는 올해 인프라 부문에 작년보다 55% 더 많은 1150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단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2025~2029년 460억 유로 규모의 법인세 감면도 추진한다.
독일의 정부의 한 소식통은 "메르츠 정부가 올해 9월 말까지 연방 하원과 상원에서 2025년과 2026년 예산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