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의장 내주 11일 투표...스컬리스·조던 출사표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초유의 해임결의안 가결로 공백 상태가 된 차기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미국 공화당의 후보 경선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해임된 3일(현지시간)부터 휴회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두 명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상황이다.
4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의원(오하이오·59),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루이지애나·57)가 공화당 하원의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의회의사당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조던 위원장이 가장 먼저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출마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오하이오 주의원 출신으로 2007년에 연방 하원에 입성한 그는 올해 1월 법사위원장으로 선출,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에 관한 의혹 등을 파헤치고 있으며 매카시 전 의장이 추진한 바이든 대통령 탄핵 관련 원내 조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친(親)트럼프 인사이자 당내 강경파 모임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멤버 9명 중 한 명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프리덤 코커스 초대 의장을 역임했다.
공화당 강경파 사이에서 그의 입지는 강력하다. 올해 초 하원의장 선거 당시 매카시 선출을 반대했던 강경파 의원들이 입후보자로 추천한 인물도 조던이다. 정작 조던은 매카시에 한 표를 행사했다.
주요 외신은 아마도 조던이 강경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지지받는 의장 후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카시 해임결의안을 주도한 강경파 맷 게이츠 의원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나의 멘토 짐 조던은 잘 해낼 것이다!"라며 그를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이자 선배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조던이 선거에서 승리하기엔 걸리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종합 매체 악시오스는 중도파에 있어 조던은 너무 강경하기에 '고려 대상 인물도 아니다'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익명의 한 중도 성향 의원은 자신을 비롯해 적어도 15~20명의 동료가 고개를 내젓고 있다며 "그는 (우리의 지지를 받기에)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은 조던이 올해 초 하원의장 선거 때 매카시를 지지했던 일을 언급, '매카시와 가까운 사람'이란 이미지 때문에 강경파로부터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3일(현지시간) 의회로 출근한 스티브 스컬리스 미국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스컬리스는 혈액암 투병 중이라 마스크를 착용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스컬리스 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공화당 원내 지도부를 연임한 중진(重鎭)이다. 2014년부터 2019년, 2019년부터 2023년 1월까지 두 차례 원내총무를 역임했고 현재는 하원의장 다음으로 당내 2인자인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스컬리스는 조던보다는 온건하고 매카시 전 의장보단 강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게이츠 의원 등 강경파와 중도 성향 의원들 다수로부터 신임을 받는 인물이어서 현재 가장 유력한 의장 후보다.
그러나 올해 8월 혈액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라 직무 수행에 부적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매카시 전 의장 축출 움직임은 결국 당 지도부에 닥친 위기였지만 스컬리스가 한 역할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화당 하원의장 경선은 현재 초기 단계다. 추가 출마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내 신(新)보수주의 성향 모임 '공화당 연구위원회'의 위원장인 케빈 헌 의원(오클라호마·61)이 출마를 고려 중이다. 이밖에 톰 에머 원내총무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하원의장 선거는 오는 11일 진행될 예정이다. 공화당은 하루 전인 10일에 후보들의 정견 발표를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의장은 과반 득표로 결정되기에 전통적으로 다수당에서 하원의장이 배출됐다. 그러나 공화당이 221석으로 민주당(212석)과 근소한 차이로 하원을 장악한 상황이다. 하원 전체 의석은 435석이지만 올해 공화당 의원 2명이 사임하면서 2석은 공석이다.
올해 초 하원의장 선거 때도 무려 15차례 투표 끝에 매카시를 선출한 것은 당내 강경파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인데,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의원은 약 20명이다. 결국 하원의장 선출에 관건은 지난번 때와 마찬가지로 당 통합이지만 주요 언론은 당내 분열이 악화한 상황이라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