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印 에너지 안보·무역에 '빨간 불'...대응 준비 돼 있다"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인도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가 통제 불능 상태로 악화될 경우 유가가 급등하며 인도의 에너지 안보와 무역을 위협할 수 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TOI)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 무역 연구 이니셔티브(GTRI)는 "중동 지역의 정세 악화는 인도의 에너지 안보, 해상 무역로, 무역 관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 심화가 인도의 경제적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인 인도는 수요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소매 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무역 적자를 확대하며, 루피화 가치를 떨어뜨린다.
유가 급등의 1차적 영향보다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와 소비 감소, 제조업 및 운송 부문의 침체와 같은 2차적 영향이 더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DK 스리바스타바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유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인도의 성장과 인플레이션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 오를 경우 인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이 0.4%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는 인도 중앙은행(RBI)의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경우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석유와 가스의 주요 수출 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 및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간다.
인도 또한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인도는 원유의 85% 이상, 액화천연가스(LNG)의 절반 이상을 걸프만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이 이들 에너지 수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인도의 대(對)걸프만 국가 수출에도 중요하다. TOI에 따르면,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인도의 대이란 수출은 12억 4000만 달러(약 1조 7061억원), 이란으로부터의 수입은 4억 419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수출은 21억 5000만 달러, 이스라엘로부터의 수입은 16억 1000만 달러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선박이 우회해야 할 경우 운임 비용이 늘어나고 배송 기간이 길어져 인도의 수출입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인도의 섬유·화학·제약 수출에 불리하다고 현지 매체는 지적했다.
한편 커져 가는 우려에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수출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최근 동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 고위 관리는 "인도 정부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현재 긴장은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지역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는 한 인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BW는 전문가를 인용, 인도가 과거 석유 파동 때보다 "잘 준비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석유 비축량 확대 및 러시아·미국·브라질·아프리카 등 석유 바스켓 다각화를 통해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웠고, 인플레이션 완화로 RBI의 개입 여지가 충분한 것과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인도 루피화가 원유 가격 변동성에 취약하지만, 수출업체들이 루피화 약세를 바탕으로 수출을 늘림으로써 수입 비용 상승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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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신화사 = 뉴스핌 특약] 2019년 4월 30일, 이란 병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