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보다 보안"…K-배터리, 생성형 AI에 'NO' 외친 이유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생성형 AI가 확산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 사용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기술 유출을 사전에 차단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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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I제공] |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에 대해 보수적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개발(R&D)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핵심 기술과 설계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전략이다.
가장 주된 우려는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대부분 외부 서버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챗GPT 등 대표적인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가 외부 서버에 일시 저장되거나 학습에 재사용될 수 있다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기업 입장에선 일상적 사용 중에도 민감한 기술 정보가 외부로 흘러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배터리 산업은 기업 기밀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보안에 있어선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각 사는 자체적인 내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생성형 AI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무 환경이 클라우드 기반이고 내부망을 사용하고 있어 외부 AI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신 그룹 차원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엑사원(EXAONE)'과 같은 자체 AI를 이용하고 있다.
삼성SDI 역시 내부 보안 정책에 따라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사내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전 승인된 인원만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SK온은 사내망 특성상 외부 AI 사용이 사실상 차단돼 있으며 자체 AI 솔루션도 아직 구축하지 않았다. 자체 AI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가 업무 자동화, 문서 정리,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대응은 되레 디지털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자체 LLM(대규모 언어모델)을 도입하거나 생성형 AI를 사내 도구로 활용하는 것과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의 시각은 분명하다. 핵심 경쟁력이 곧 기술 데이터에 집약된 산업 특성상 사소한 정보 누출도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리스크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유럽 현지에 구축 중인 R&D 및 생산 거점이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진다는 것이 기업 측의 설명이다.
배터리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분명히 유용한 툴(도구)이고 언젠가는 배터리 기업들도 AI를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민감한 기술 정보가 많은 업무 특성상 사용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내부 보안 역량을 강화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업 자체의 AI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