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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전략적 거점인 인도양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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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인도양에 있는 차고스 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는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대신 영국은 차고스 제도 중 가장 큰 섬인 디에고 가르시아를 연 평균 1억1000만 파운드(약 2000억원)의 비용을 내고 99년간 조차하는 내용이 협정에 포함됐다.

이 섬에는 인도·태평양과 중동, 아프리카 등 미국과 영국의 글로벌 군사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군사 기지가 있다.

이 기지는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전략 폭격기 등의 거점 역할을 하며 베트남전부터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미군 작전을 지원했고, 군사정보 수집에도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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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인도양의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는 협정 체결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스타머 총리는 이날 런던 인근 노스우드 군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의 장기적 국가 안보를 위해 차고스 제도의 주권 이양에 대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는 국가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홍해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펼쳐진 군사 작전에 큰 역할을 해 왔다"며 "이번 협정은 이 기지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차고스 제도에 대한 통제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법적 도전을 받았을 것이고, 이로 인해 기지 운영이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고 했다. 

나빈 람굴람 모리셔스 총리는 이날 생방송에서 "이번 협정은 위대한 승리"라며 "디에고 가르시아를 포함한 차고스 제도 전체에 대한 모리셔스의 주권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써 1968년 시작된 탈식민화 과정이 완성됐다"고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협정이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영·미권 5개국의 군사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지지를 받은 반면 러시아와 중국, 이란은 반대했다고 밝히면서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와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후자에 속하는 건 놀랍다"고 말했다. 

야권인 보수당과 개혁당은 스타머 정권이 디에고 가르시아에 대한 주권을 포기했다고 비판해 왔다.

스타머 총리는 "디에고 가르시아를 조차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미국이 부담할 것이고, 이 금액은 영국이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차고스 제도 일대에 외부 적대 세력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 동의 없이는 어떤 건축물도 짓지 못하도록 한 24해리(약 46km) 완충지대 설정, 인근 섬에 외국군 진입 금지 등이다.

◆ 1968년 이후 57년 만에 모리셔스 품으로 

모리셔스는 16세기에 포르투갈·네덜란드에 의해 유럽의 활동 무대가 됐다. 1715년 프랑스 식민지가 됐고, 1810년 영국이 점령했다. 

영국은 1965년 모리셔스와 차고스 제도를 분리했고, 1968년 모리셔스가 독립한 이후에도 차고스 제도는 영국령으로 남았다. 

영국과 모리셔스는 지난해 10월 차고스 제도의 반환에 합의했다. 노동당이 7월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지 3개월 만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차고스 제도 반환 협상은 지난 2022년 시작됐다"며 "당시 영국은 보수당 정권이 이끌고 있었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이 영국에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라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면서 (협상이) 탄력을 받았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차고스 제도를 '아프리카의 마지막 식민지'라고 불렀다. 

협정 타결은 막판에 큰 진통을 겪었다.

차고스 제도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 여성 2명이 전날 밤 기습적으로 "이번 협정이 차고스 난민 공동체와 적절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새벽 2시30분 이를 받아들였다. 스타머 총리는 예정했던 기자회견을 긴급 취소했다. 

하지만 영국 고등법원이 약 10시간 후인 낮 12시30분쯤 두 번째 심리를 진행한 뒤 가처분 명령을 기각했다. 판사는 "두 여성의 심야 가처분 신청은 전례 없는 일이며 이는 정부의 조약 체결 권한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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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차고스 제도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 여성 2명이 22일(현지시간) 차고스 제도 주권의 모리셔스 이양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 뒤 기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원 결정을 10시간 만에 뒤집혔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국이 차고스 제도를 돌려준 4가지 이유

① 국제사회의 압력과 법적 판단

유엔 등 국제사회는 영국에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 반환하라는 압력을 높여왔다. 본질적으로 영국은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로부터 분리시킬 법적 권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 2019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영국이 가능한 한 빨리 주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자문 의견을 제시했다. 

유엔은 이 같은 자문 의견을 받아들여 영국이 국제법을 위반했으며 차고스 제도를 반환하는 탈식민지화 절차를 즉시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1월 국제해양법재판소 특별재판부도 영국이 차고스 제도에 대한 주권이 없다고 판결했다. 

영국 BBC는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판결과 의견이 곧 법적 구속력을 갖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다"며 "이 경우 국제 기구는 법적으로 기지 운영에 간섭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특정 전자기 스펙트럼에 접근하기 위해 제네바에 있는 유엔 기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디에고 가르시아의 위성 통신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 중국의 영향력 배제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모리셔스가 차고스 제도에 외국 군대나 주둔지를 허용하는 것을 막을 법적인 수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대일로 전략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차고스 제도에 군 기지를 추진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인도양과 남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남중국해 등 전 세계 곳곳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거나 주요 인프라 시설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국제법적으로 차고스 제도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이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 같은 위험 상황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③ 외교적 정당성과 보편 가치의 문제

영국은 그 동안 국제사회에서 위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차고스 제도와 관련해서는 이를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영국이 인도양에서 국제 규칙을 어기면서 어떻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기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국제법을 어겼다고 비난할 수 있느냐는 힐난도 받았다. 

차고스 제도 분쟁에 관한 책 '마지막 식민지'를 낸 샌즈는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한 것이 불법 점거에 대한 관심을 끌었기 때문에 모리셔스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④ 미국의 지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포괄적인 기관 간 검토 끝에 이 협정이 디에고 가르시아에 있는 미·영 합동 군사 시설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효과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 고위 관리에 따르면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 대한 장기 접근권을 확보하기를 원했던 미국은 영국 정부에 해당 섬 분쟁을 해결하도록 비공개적으로 권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스타머 총리를 만났을 때 차고스 제도 협정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바이든 행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영국과 모리셔스가 차고스 제도 반환에 합의하자 성명을 통해 "이것은 외교와 파트너십을 통해 국가들이 오랜 역사적 과제를 극복하고 평화롭고 상호 이익이 되는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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