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복지삭감' 법안, 美 하원 통과…1표 차 박빙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핵심 입법안 '하나의 아름다운 법안(메가 법안)'이 22일(현지 시각) 하원에서 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감세와 복지 삭감을 핵심으로 한 이 법안은 트럼프가 2024년 대선 재출마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대표 정책으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하원에서 극적으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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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법안은 트럼프 정부 1기 시절 도입된 감세 조치를 연장하는 동시에, 팁 소득·사회보장 수령액·초과근무 수당·자동차 대출 이자 등에 대한 신규 세금 공제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감세를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와 푸드스탬프(SNAP, 식품 지원) 등 주요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국방 및 국경 보안 예산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해당 감세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6년부터 2034년까지 총 3조8000억 달러(약 5275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4회계연도 기준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8300억 달러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vs "하나의 추악한 법안"
공화당 측은 이번 법안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세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이 법안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경제 재정립의 출발점"이라며 "서민과 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은 부자에게 감세를, 서민에게는 복지 삭감을 안겨주는 '크고 추악한 법안'"이라며 "미국인의 삶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안은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했으며, 민주당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고, 공화당 내에서도 2명이 이탈했다. 현재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간 상태이며,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5월 26일 메모리얼 데이 휴회 전에 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에 넘기겠다는 계획을 실현했다. 공화당은 상원에서도 법안을 통과시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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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상원 통과는 불투명… 수정 가능성 제기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상원에서도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복지 조항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있어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지도부가 일부 조항을 완화한 수정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 시장 반응은 냉랭… 국채 수익률 급등
법안 통과 직후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12%까지 급등했다. 연방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 개장 전 주요 주가지수 선물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법안은 미국 채권시장에 또 다른 충격파를 안겼다"며 "트럼프의 경제정책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