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가… 시민들, "하마스 물러가라" 시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 수백 명이 이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치와 군사,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가자지구를 완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를 향해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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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2025.03.19 [email protected] |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쪽에 있는 베이트 라히야 지역에서 주민 수백 명이 시위를 벌이며 "하마스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의 시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들은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다.
로이터통신은 "이 동영상은 25일 오후 늦게 유포되기 시작했다"면서 "건물과 전봇대, 도로 배치 등을 통해 이 영상이 촬영된 장소와 날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게시물에는 전쟁으로 파손된 건물 사이의 먼지 자욱한 거리를 행진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나가라. 나가라. 하마스 나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다른 동영상에는 "전쟁은 그만"이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주민들이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소리치는 모습이 들어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화요일 늦게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에는 수백 명의 시민들, 주로 남성들이 베이트 라히야에서 '하마스 퇴진'과 '하마스 테러리스트' 등을 외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하마스는 지난 1987년 이스라엘 점령에 저항하는 제1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무장투쟁) 발생과 함께 등장했다.
2006년 선거에서 가자지구 의회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고, 2007년에는 경쟁 파벌인 파타와의 무력 대결에서 승리해 가자지구에 대한 정치·군사적 통제권을 장악했다.
이번 시위는 오랜 전쟁과 파괴에 지친 주민들이 이제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생존적 요구를 표출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하마스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해 1200명을 죽이고, 251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이후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 작전이 시작됐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23일 성명에서 전쟁 발발 이후 사망자가 5만21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월 19일 1단계 휴전에 들어갔지만 이달 초 만료 이후에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며 2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고, 지상 작전을 통해 가자지구 주요 지역을 다시 점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