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다시는 무기 부족 없도록… EU, 회원국과 별개로 독자 무기 비축 추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개별 회원국과는 별개로 자체 무기 구입·비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평소 예산 등의 문제로 충분한 무기를 갖추지 못한 회원국이 유사시 갑자기 많은 양의 무기를 필요로 할 때 EU 비축 무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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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군비를 축소해 온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자 대대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로는 무기 재고도 충분치 않고 생산 능력이 변변치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에 대한 야욕을 드러낼 경우 이를 막아낼 무기와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각성이 크게 일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연설을 통해 "EU 전체 차원의 '무기 판매 메커니즘'을 구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더 많은 유럽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 이는 EU 차원의 무기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모든 회원국은 (무기가) 긴급하게 필요할 때 유럽 방산 공급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럽 시장이 그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제시한 이 야심찬 계획은 회원국과 별개로 EU가 독자적인 무기 비축고를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현실화될 경우 유럽의 무기 재고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언제 어떤 비상 상황이 발생해도 무기가 부족해서 침략을 허용하거나 압력에 굴복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EU 차원의 공동 무기 구매는 회원국 각 나라의 군대가 표준화되고 상호 운용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국방이나 무기 등의 이슈는 국가 주권에 해당하는 사안이어서 EU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FT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니셔티브는 유럽 재무장 추진의 일부"라면서 "EU 집행위에 이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주장해 온 개별 국가들에게 상당한 권한 이전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제안이 실현되려면 회원국 대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이 안보 홀로서기를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방위산업을 육성과 과감한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방위 산업 기반은 여전히 구조적 취약점이 있다. 아직 회원국이 필요로 하는 양과 속도로 무기와 장비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 조류를 바꿔야 한다. 그것은 유럽에 대한 투자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