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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도 세금'...트럼프 관세, 재화 다음 타깃은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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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수입 물품에 이어 자본에도 부과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을 통해 관세 충격이 상상의 범위를 초월하는 영역까지 확대, 지구촌의 혼란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고율의 관세를 앞세워 전세계 자유 무역 질서를 흔들어 놓은 트럼프 행정부가 자본시장에서도 같은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견이다.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와 4월로 예고된 상호 관세는 지구촌 자본의 흐름을 겨냥한 총구의 전조에 불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 36조달러 부채와 자본 유입의 '저주' = 대다수의 서구 경제학자들은 자본 유입이 미국에 유익하다는 견해를 장기간 유지했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부터 우주선 개발까지 대규모 사업을 일으키는 데 중국 자본이 힘을 실었고, 무엇보다 재정 적자의 늪에 빠진 미국이 국채 발행으로 36조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것도 해외 자본의 유입의 결과물이다.

이 같은 정통적인 견해에 반기를 드는 경제학자들 중 대표적인 인물이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금융학을 가르치는 미국인 교수 마이클 페티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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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사진=블룸버그]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이 단순히 무역 적자에서 초래되는 불가피하고 유익한 결과가 아니라 저주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본 유입이 달러화의 가치를 높이고, 소위 '과도한 금융화'를 촉진시켜 미국의 산업 기반을 공동화시킨다는 얘기다.

오히려 실물경제의 몸통에 해당하는 제조와 무역을 꼬리에 해당하는 자본이 뒤흔드는 상황을 초래해 적자를 유발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과도한 금융화(excessive financialization)이란 실물 경제보다 금융 부문이 더 비대하게 성장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제조업 대신 금융 서비스나 상품, 거래가 경제의 중심이 되고, 은행과 투자회사, 주식시장 등 금융 부문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커져 기업들도 제품 생산보다 자사주 매입이나 금융 투자 등을 통한 이익 창출에 집중하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금융 부문이 과도하게 팽창해 제조업을 포함한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자본이 생산적인 투자보다 금융 거래에 흘러 들어가 경제의 균형이 깨진다고 페티스는 지적한다. 때문에 세금을 포함한 규제를 통해 이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의회에서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태미 볼드윈 민주당 상원의원과 조시 홀리 공화당 의원은 6년 전 '일자리와 번영을 위한 경쟁력 있는 달러법(the Competitive Dollar for Jobs and Prosperity Act)'을 발의했다.

세금을 포함한 자본 유입에 대한 규제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약달러 정책을 요구한 법안은 최근까지 묻힌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달 JD 밴스 미 부통령과 가까운 보수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패스'가 자본 유입에 대한 세금으로 향후 10년간 2조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관심이 재점화됐다.

◆ 주가 급락은 겁먹은 해외 자본 이탈 때문 = 최근 뉴욕증시의 단기 급락이 자본에 대한 관세라 움직임을 포착한 해외 자본의 이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장한다.

싱크탱크 아메리칸 컴패스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백악관은 미국 우선 투자 정책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 지난 1984년 미국과 중국 간의 이중 과세 방지 협정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조약의 공식 명칭은 '미국과 중국의 소득세에 관한 이중 과세 방지 및 조세 회피 방지를 위한 협정'인데,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금, 로열티 등에 부과하던 30%의 원천징수세(withholding tax)를 낮추거나 폐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양국간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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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 서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실제로 30%에 달했던 세금이 면제되거나 세율이 낮춰지면서 중국 자본의 미국 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재검토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은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 자본에 다시 30%의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을 열어둔 의미로 풀이된다. 상품 관세 뿐 아니라 자본 흐름도 제한해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발언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면서 해당 내용이 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미국의 행보를 면밀히 관찰하는 해외 투자자나 정책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일부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을 빼면서 최근 뉴욕증시의 급락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연금이 미국 스테이트 스트리트에 맡긴 520억달러의 연금 자산을 회수해 국내 자산운용사에 수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자본에 대한 관세의 시행 여부에는 작지 않은 변수가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변덕스러운 인물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는 데다 측근들도 크게 세 가지 대립적인 파벌로 나뉘기 때문이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축으로 한 민족주의 포퓰리스트와 일론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테크노 자유주의자, 그리고 마가(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이 세 파벌을 구성하는데, 후자의 두 파벌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꺼리기 때문에 자본 규제를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페티스의 의견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스티븐 미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밴스 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 영향력이 있어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장한다.

◆ 플라자 협정보다 큰 게 온다 = 이들 세 인물은 이른바 '마러라고 협정'을 통해 글로벌 무역과 금융 질서를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월가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특히 미란 위원장이 구상하는 협정에는 채권국들이 보유 물량을 장기 영구 채권으로 스왑하도록 한다는 미국 부채 구조조정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국부펀드도 자본 흐름의 재정비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그린란드의 자원을 포함해 비달러 자산을 구매, 자본 유입의 균형을 잡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가의 저명한 애널리스트 마이클 맥네어는 "이들 3인방의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무역 협정이 아니라 글로벌 무역과 금융 전반에 걸친 원칙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왜곡된 자본 흐름의 재정비"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페티스의 주장에 대한 주류 경제학자들의 비판과 논란이 뜨겁지만 2019년 볼드윈-홀리 법안이 아메리칸 컴패스와 같은 보수 단체 뿐 아니라 일부 노동 조합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백악관을 중심으로 경제 철학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결과물이 2차 세대 대전 이후 케인스 경제학만큼 거대할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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