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유럽 재무장 위해 1230조원 동원… 지금은 유럽의 순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유럽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무기 산업을 육성해 '독자적 방위 역량'을 갖추기 위해 8000억 유로(약 1230조원) 규모의 자금 동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ReArm Europe Plan)을 마련, 오는 6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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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1일 파리 AI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그는 이날 EU의 27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우리는 재무장의 시대에 있고 지금은 유럽의 순간"이라며 "우리는 책임질 준비가 돼 있고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유럽은 재무장 계획을 통해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유럽을 위해 8000억 유로를 동원할 수 있다"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파트너들과도 긴밀히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총 5개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첫째는 개별 국가가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이에 대해서는 EU의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U는 회원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와 6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국방비에 관한 한 이 준칙의 예외를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회원국이 평균 GDP의 1.5%를 국방 지출에 투입한다면 향후 4년 동안 6500억 유로에 가까운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나토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2024년까지 모든 회원국이 국방비를 GDP의 2% 수준까지 늘리기로 했다.
초기 이 목표를 달성한 국가는 7개국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 기준 28개국으로 늘었다.
하지만 백악관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의 나토 회원국을 향해 국방비를 5% 수준까지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나토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에 GDP의 3.38% 정도를 방위비로 썼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거론한 두 번째 자금 조달 방법은 회원국이 원할 때 EU가 직접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련될 수 있는 자금은 1500억 유로 정도라고 했다.
그는 "방공 시스템과 미사일, 탄약, 드론 등 다양한 군사적 필요에 회원국들이 공동 구매를 통해 대응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EU 예산 중 가장 비중이 큰 '결속 기금'을 국방 분야로 전용하는 방법이다.
7년 단위로 공동 예산을 짜는 EU는 회원국 간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한 결속 명목으로 기금을 제공하고 있다. 2021∼2027년 전체 EU 예산에서 결속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달한다.
이 기금은 사용 조건이 까다롭고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 앞으로 국방 부문에 한해서는 완화된 규정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나머지 두 가지 방안은 저축투자연합과 유럽투자은행 등 민간 자본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EU 정상들은 목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국방비 증액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특별정상회담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제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외교관들은 이 회의에서 강력한 공약을 넘어서는 즉각적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