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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한달] 관세 현기증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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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숨가쁜 한 달이었다. 취임 후 한 달 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만 73개에 달한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기간 서명한 행정명령의 2배가 넘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보다는 4배 이상이다.

관세와 관련한 행정명령 혹은 발표는 거의 쉴 틈이 없었다. TV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답게 관세 '예고편'을 연일 쏟아내며 세계를 흔들었다. 이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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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철강 알루미늄 수입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예고편→발표→발효 기간 두고 말 바꾸기...예측불가 관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대통령은 몇 년에 걸쳐 경제에 남기는 족적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쏟아내고 있다"라며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숱한 예고편 가운데 실제 상영된 것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추가관세 하나다. 나머지는 여전히 많은 게 여러 경우의 수에 놓여 있다.

일례로 지난 4일 0시로 예정됐던 캐나다(에너지는 10%)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25% 부과는 한 달(30일간) 유예됐다. 이들 국가가 자국 국경 검문을 강화해 미국이 제기한 문제점인 마약과 불법 이민자 유입 차단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한 달 연기됐다.

문제는 오는 3월 4일에 해당 관세 부과를 실제 시행할지, 아니면 세율을 조정할지, 아예 없던 일로 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지난 10일에는 한국 등 "예외 없이"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오는 3월 12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지만, 호주의 경우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여서 열외를 고려 중이다.

무토 요지(武藤容治) 일본 경제산업상이 다음 달 관세 발효 직전에 미국을 방문해 관세 조치 협의에 나서는 등 각국의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면제 국가, 차등화된 관세율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대기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들에게 자동차 관세에 대해 "아마도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란 예고편을 냈다.

또한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율은 "25%일 것이고 더 높아질 것이며,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고 했는데, 불과 하루 만인 지난 19일 "한 달 내지 그보다 빨리" 관세를 발표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꾸면서 시장은 출렁였다. 이르면 내달 초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25% 관세가 떨어질 수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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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컨테이너 [사진=블룸버그]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호 관세' 예고편은 지난 13일에 나왔다. 교역 상대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미 상무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는 각 상대국의 관세 장벽과 비(非)관세 장벽 모두 연구해 국가별 관세율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할 계획인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4월 1일까지 연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알렸다. 상호 관세 발효 시점이 4월 1일 이후가 되는 셈이다.

◆ 상호 관세, 한국도 예외 아냐..."아시아 상위 리스크"

트럼프 행정부가 각국에 대한 관세율 계산기를 두들길 때 관세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FTA를 체결해 관세를 대부분 없앤 한국에도 비관세 장벽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려 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17일자 보고서에서 "한국, 인도, 태국이 평균적으로 4~6% 미국 수입품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만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 외의 관세들은 협상의 일환으로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상호 관세는 상대국의 높은 관세에 상응하는 관세 인상도 있지만 부담스러운 대미 규제, 부가가치세(VAT), 정부 보조금, 환율 정책 등과 같은 비관세 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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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열린 업종별 협·단체 및 경제단체 회의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우리 정부도 '한국을 빼달라"며 적극 요청하고 있지만, 상호 관세 발효 시점인 오는 4월까지 미국 측과 협의할 시간이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오는 등 한국 경제에 드리운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짙다.

◆ 美기업·소비 심리도 위태...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 때문에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 심리도 한껏 위축되고 있다.

비즈니스 자문업체 비스테이지 월드와이드가 실시한 중소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 이후 상승했던 중소기업들의 자신감은 2월 들어 후퇴하고 있다. 1월 인수·합병 발표도 근 10년래 가장 적었다.

소비자들의 심리도 별로다. 미시간대가 지난 7일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는 67.8을 기록해 1월치 71.1에서 4.6%, 전년 동월 대비로는 11.8% 하락했다.

미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트럼프발 관세에 대응하고 싶지만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세를 피해 다른 납품업체를 찾아야 하는지,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가 고민이다. 관세 정책이 명확해질 때까지 신규 투자와 채용을 중단하기로 한 곳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럭, 가전제품, 건설 장비 제조사들도 자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납품업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미국 안에서 생산되지 않는 합금강을 구하려는 업체의 경우 웃돈을 주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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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화점 메이시스의 쇼핑객 [사진=로이터 뉴스핌]

미국 인플레이션 흐름이 완고한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까지, 1970년대 미국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할 수 있단 공포가 일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경제는 침체하는 현상이다. 관세 정책이 명확해지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목표치인 2%대로 물가를 안착하기 힘들다. 기업들은 관세 비용 부담으로 소비자가를 올릴 것이고, 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국 성장 동력도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노베이터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투자전략가인 팀 어반노비츠는 "인플레이션 걱정보다 더 우려할 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관세가 소비자에게 세금으로 작용하고 기업 이익과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어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의 일련의 관세 예고편이 협상을 위한 지렛대일 뿐,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역전쟁까지 비화할 것으로 보진 않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에 관세가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캐피털 그룹의 자산서비스 책임자인 매디 데스너는 "관세는 처음에 물가 압력을 가중시키나 장기적으로 국제적 경쟁을 완화시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캐피털 그룹이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 전망을 지난해 3.7%에서 3.9%로 올린 것도 관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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