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미국인들 죽일 셈?" 국내서도 거센 반발 마주한 트럼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관세 전쟁에 본격 돌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거센 비난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전에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이 당장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판이라 그렇다. 미국 중심의 무역 시스템 붕괴로 결국 중국이 이득을 챙길 것이란 경고까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발표로 글로벌 시스템이 붕괴 위기를 맞았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 질서도 무너지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 경제 및 무역부문 부사장 스콧 린시컴은 "트럼프 대통령이 30년 넘게 이어진 북미 공급망을 중대한 이유도 없이 서명 한 번으로 뒤집어 버린다면 어느 국가가 막대한 정치 자본을 들여서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으려 하겠냐"면서, 미국이 국제 교역 시장에 드리운 불확실성은 결국 중국에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밴쿠버의 한 주류 판매점에서 상위 5개 미국 주류 브랜드가 판매 중단된 후, 빈 선반에 "대신 캐나다 제품을 구매하세요"라는 안내문구가 올려져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2.03 [email protected] |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모든 수입 제품에 대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고, 유럽연합(EU)에도 추가 세금을 부과하려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각국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존스홉킨스 대학 조나스 남 교수는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과 동맹국 간 균열을 만들 방법을 고민해 왔는데 이번 관세 조치로 그 작업이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관세로 당장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소비자들이 관세를 직접 내지는 않겠지만, 기업들의 수입 물가 상승은 결국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스트앤영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지난 12월 연 2.9%였던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관세 조치로 인해 올해 0.4%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일대 버짓랩 연구소는 트럼프 관세 조치로 미국 가구의 연 평균 구매력이 1000~1200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에버코어ISI는 "각국이 미국 수출을 피하고 대미 투자와 고용이 차례로 줄면 미국 성장률은 결국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우리 추산으로는 (관세 조치로) 인플레이션은 40bp 오르고 올 하반기 성장률은 40bp 둔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관세 조치를 "역대 가장 어리석은 무역 전쟁"이라 지적하며, 이웃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 같은 경제적 충격을 초래할 당위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유로 내세운 마약 문제 역시 수 십년 계속된 상황이며, 미국인들의 수요가 있으니 들어오는 것일 뿐 그 어떤 국가도 마약 흐름을 멈추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미국이 어떤 것도 수입하지 않겠다는 듯 말하는데, 미국이 자급자족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농축산업 등 업계 전반에서도 곡소리가 이어졌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제이 티몬스 미국제조업협회(NAM) 회장은 "결국 제조업이 관세 충격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품을 팔기도 어려워질 것이며, 미국인 일자리도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으로의 펜타닐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이해하나 "그 파장이 너무 심각하며, 특히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