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 보안·신뢰성 논란...폭탄 제조법에 악성코드까지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저비용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딥시크(DeepSeek)'가 보안 및 신뢰성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포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딥시크의 보안 장치가 미흡해 악성코드 제작, 랜섬웨어 개발, 폭탄 제조법 안내 등 부정적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5.01.28 [email protected] |
◆ 탈옥을 통한 악의적 정보 생성 가능성
딥시크의 보안 문제는 특히 '탈옥(Jailbreak)'을 통한 악의적 정보 생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언어 모델에는 부적절한 이용이 의심되는 프롬프트(지시)를 거부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하지만 문구를 변형한 프롬프트를 사용해 이러한 제한을 우회하는 행위를 '탈옥'이라고 부른다.
일본의 보안 기업 미쓰이물산 시큐어디렉션의 요시카와 다카시 수석 악성코드 분석 엔지니어는 "현재 생성되는 악성코드는 정밀도가 낮지만, AI 성능이 향상되면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요시카와가 지난해 12월 공개된 딥시크의 대규모 언어 모델 'V3'를 테스트한 결과, 악성코드 작성법이나 폭탄 제조법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확인됐다. 같은 요청을 미국 오픈AI의 'GPT-4o'에 입력했을 때는 응답을 거부했다.
또한 지난 1월 20일 공개된 딥시크의 'R1' 모델은 논리적 사고 과정을 표시하는 기능이 도입됐는데, 이 과정에서 악성코드가 직접적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문제가 발견됐다. 이는 AI가 직접적으로 악성 소프트웨어 제작을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우려를 낳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보 보안 기업 켈라도 딥시크의 보안 취약성을 지적하며, R1 모델을 이용해 랜섬웨어 개발, 독소 및 폭발물 제조 지침 생성 등 다양한 악의적 시도가 가능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 챗GPT와 딥시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01.28 [email protected] |
◆ 신뢰성 부족과 오정보 생성 위험
딥시크의 또 다른 문제는 신뢰성 부족이다. 미국의 정보 신뢰성 평가 기관 뉴스가드의 조사에 따르면, 딥시크 챗봇은 뉴스 관련 질문에 83%의 높은 비율로 부정확한 답변을 제공하거나 응답하지 못했다. 또한 거짓 정보가 주어졌을 때 이를 반박하는 경우는 17%에 불과했다.
켈라의 실험에서 딥시크는 오픈AI 직원 10명의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급여 등의 데이터를 생성하도록 요청받았을 때 실제처럼 보이는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 GPT-4o는 같은 요청에 대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러한 신뢰성 부족으로 인해 딥시크의 R1 모델은 테스트 대상이었던 11개 챗봇 중 10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오픈AI의 GPT-4o, 앤스로픽의 '클로드', 미스트랄의 '르챗' 등 서구권 국가의 AI 모델들은 대부분 상위권에 올랐다.
딥시크의 운영사가 서구권 국가들과 개인정보 보호법이 다른 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용 약관에서 사용자의 데이터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되며, 중국 법률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분쟁 발생 시 중국 법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국가 안보를 위한 정부의 데이터 조사에 기업이 협력할 의무를 지는 법 제도가 있다"며 "딥시크가 보유한 사용자 데이터를 정부에 제공하도록 강제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보안 문제로 인해 서구권에서는 딥시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으며, 백악관은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딥시크의 영향을 검토 중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여러 국가의 규제 기관이 딥시크에 투명성 관련 설명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서 딥시크 앱이 삭제됐다.
일본에서도 딥시크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GMO 인터넷 그룹은 보안 리스크를 이유로 딥시크를 업무에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KDDI는 직원이 이용을 신청할 경우 입력 정보 보호 등의 리스크를 심사할 방침이다.